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떳떳하게 대응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은 한국을 GSP(일반특혜관세제도)에서 완전히 제외시킬 작정이다.
미 행정부의 최고 정책결정기관인 경제정책위원회(EPC)는 한국을 비롯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4개국을 GSP 수혜대상 제외지역으로 결정, 곧 정책으로 확정시킬 것이 확실해졌다.
GSP에서 졸업하게되면 그 동안 무관세로 수츨해왔던 품목들이 관세를 물고 통관해야 되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에 문제가 생겨 대미수출이 그만큼 타격을 받게된다.
미국은 대한 경제압력 수단으로 계속 이용하던 GSP문제를 끝장낼 셈인데 우리는 이런 고비를 당해 도리어 홀가분한 생각이 들고 또 한편으로는 한미 경제관계가 기조적으로 큰 변화에 있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된다.
대한 GSP 공여와 관련, 미국은 시장 개방 압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인권보호, 민주화 등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줄곧 이용해 왔다. 이제 우리가 GSP에 매달림으로써 대미 통상협상 등에서 느끼던 부담감을 덜고 떳떳이 행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GSP를 「경쟁력 충족기준」인 1인당 국민소득 8천5백달러, 시장점유율, 품목별 수출액 등에 따라 운용해 오고 있으나 한국을 수혜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도 GSP에서 졸업시킬 수 없게되어 있다. 스스로 만든 기준을 어기고 이같이 성급하게 조치를 취하게 된 미국에 연민의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면서 한편으로 우리의 대미 경제관계를 점검해보게 된다.
80년대 후반 들어서 한미 경제기조는 미국의 일방적 기대와 욕구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관계는 상호적인데도 불구하고 대미 무역흑자를 앞세워 시장개방과 환율압력을 가중시켜 한국경제는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이번에는 아직도 국제무역질서에 엄연히 한자리를 차지하고있는 GSP까지 끊겠다고 한다.
미국의 대한 경제관계는 이제 특혜적 요소를 찾아볼 수 없는 입장에서 의연하게 새로 출발하게 되였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냉정히 받아들여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에 귀착된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여러 경쟁국들도 같이 미국의 GSP에서 졸업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미국의 결정이 EC, 일본 등의 나머지 GSP운용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우리도 무역고가 1천억달러에 달하여 세계에서 10위를 점하고 첨단제품까지 수출하고 있어 GSP졸업을 염두에 안 둔 것은 아니다. 그러나 90년대 초쯤에나 졸업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앞당겨졌다. 국내 수출업계는 환율절상, 수출금융축소, 보호장벽 강화, GSP졸업으로 사중고에 직면하게 되었다.
수출에 미칠 당장의 충격을 흡수하고 중·장기대응책이 절실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GSP품목은 주로 중소기업제품이기 때문에 품목별로 수출지원 보완대책이 필요할 것이며 업계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전의 자구노력에 힘써야 된다. 이제 무역에서 특혜를 누리는 시대는 끝나고 있어 새로운 여건에 알맞도록 산업구조 조정도 서두를 필요가 있으며 수출의 질적 개선에 대한 대책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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