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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낙태죄' 답변…'낙태 비범죄' 논문 썼던 조국 "실태조사 재개"

중앙일보

입력

청와대가 26일 홈페이지를 통해 23만여명이 청원한 ‘낙태죄 폐지’에 대해 공식 답변을 내놨다.

靑, '국민청원 2호'로 '낙태죄 폐지' 청원 공식 답변 #답변자 조국 수석, 교수 시절 '낙태 비범죄화' 논문 #헌재, 2012년 낙태 합헌 결정…결정 바뀔 가능성도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6일 페이스북 등으로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 2호인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6일 페이스북 등으로 통해 청와대 국민청원 2호인 '낙태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유튜브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 게재한 동영상을 통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30일 청원자가 “현재 119국에서는 자연 유산 유도약(미프진)을 합법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요청한 유산 유도약 도입에 대해서는 “(낙태)실태조사 재개와 헌재 위헌 심판 진행으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입법부에서도 함께 고민할 것”이라며 “자연유산 유도약의 합법화 여부도 이런 사회적, 법적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이를 위해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돼오다 2010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내년에 8년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이날 답변자로 나선 조 수석은 형법상 ‘낙태’라는 용어의 부정적 함의를 고려해, 낙태 대신 모자보건법상의 ‘임신중절’이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269조와 270조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낙태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불법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 역시 2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돼 있다. 법으로 낙타가 금지돼 있어 ‘미프진’ 등 자연유산 유도약 수입 역시 불법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낙태죄 폐지' 청원을 계기로 낙태 합법화 논란이 뜨겁다. [중앙포토]

청와대 홈페이지의 '낙태죄 폐지' 청원을 계기로 낙태 합법화 논란이 뜨겁다. [중앙포토]

조 수석은 이날 2010년 낙태 관련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당시 임신중절 추정건수는 한 해 16만9000건에 달했고, 합법적시술은 6%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임신중절로 인해 실제 기소 규모는 한 해 10여건에 불과하다. 조 수석은 또 세계보건기구(WHO)가 한 해 2000만명이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절 시술을 받고 이 가운데 6만8000명이 사망했다는 조사를 2006년 공개한 바 있고, OECD 회원국 80%인 29개국에서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해 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헌재는 지난 2012년 낙태죄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했지만 위헌과 합헌이 4대4로 갈렸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6명 이상의 의견이 나와야하기 때문에 당시 결정으로 낙태죄는 일단 ‘합헌’으로 결정된 상태다. 당시 재판부는 “낙태죄로 인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침해될 수 있지만, 태아의 생명권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보다 앞선다”고 했다.

정품 낙태약을 판다고 광고하는 불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인터넷 사이트 캡처]

정품 낙태약을 판다고 광고하는 불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인터넷 사이트 캡처]

헌재에는 현재 지난 2월 8일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인지는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있다. 2012년 합헌 결정 당시 심리에 참여했던 8명의 헌법재판관은 모두 임기가 종료된 상태다. 특히 헌재소장에 임명된 이진성 소장은 2012년 청문회에서 “피임과 낙태를 선택함으로써 불가피한 임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비하여 결코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 22일 헌재소장 청문회에서도 재차 “일정 기간 내 낙태 허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상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교수 시절이던 2013년 발표한 논문. 그는 논문에서 '낙태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교수 시절이던 2013년 발표한 논문. 그는 논문에서 '낙태 비범죄화'를 주장했다.

이날 영상으로 답변에 나선 조국 수석 역시 서울대 교수 시절인 2013년 9월 논문을 통해 낙태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 法學』 54권에 실린 ‘낙태 비범죄화론’이라는 논문에서 “모자보건법 제정 후 40년이 흐른 지금 여성의 자기 결정권 및 재생산권과 태아의 생명 사이의 형량은 새로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우생학적 허용사유와 범죄적 사유는 현실에 맞게 재구성돼야 하며, 사회 경제적 허용사유는 새롭게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신 12주 내의 낙태는 비범죄화하여야 한다”며 “낙태 처벌을 강화하거나 허용사유를 좁게 하는 조치는 과잉 도덕화된 형법을 낳을 것이며 법과 현실의 괴리의 폭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은 이날 답변에서도 “프란체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서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며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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