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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조셉 젠 추기경에 경고 "정치 간섭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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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정부가 자국 출신으로 가톨릭 추기경에 임명된 조셉 젠(陳日君.사진) 홍콩교구 주교에게 정치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젠 추기경은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앞으로 중국 민주화 등의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바티칸이 추기경에 임명한 젠 주교와 관련해 "가톨릭 교회는 종교적 인물의 정치 불간섭을 옹호해 왔다"며 "홍콩의 가톨릭계가 이 같은 안정과 발전, 그리고 조화의 가치를 존중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논평했다. 그는 또 "바티칸 당국이 대만과 먼저 외교관계를 단절하지 않는 한 (바티칸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중국 언론들은 24일 중국 외교부가 젠 추기경의 계속된 대정부 직언에 일종의 경고를 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젠 추기경은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성직자가 정당을 만들어 현실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것은 반대한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 바른말을 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문명사회에서 인간은 자기 주장을 펼 권리가 있으며 나는 필요할 경우 (중앙정부에)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아직도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으며, 이는 바뀌어야 한다"며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젠 추기경은 그러나 "중국은 점차 개방되고 있고 올림픽 개최를 열심히 준비 중"이라며 "2008년 올림픽 전에 바티칸과 중국이 수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9년 중국의 천안문(天安門) 시위대 유혈 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98~2004년 중국 본토 입국이 거부되기도 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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