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낙태, 미국처럼 임신 초기엔 허용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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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진성(61·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22일 인사청문회에서 낙태죄 폐지에 대해 “일정 기간 내에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생각을 밝혔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열고 주로 사회적 현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한 차례 청문회를 거쳐 헌법재판관에 임명됐다.

“국가보안법 폐지보다 개정이 타당 #북한, 두 측면 있지만 주적으로 봐야 #사형제 반대, 선거연령 18세면 충분” #특위, 인사 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이 후보자는 낙태죄 폐지에 대한 생각을 묻자 “저도 며느리도 있고 손자가 넷이다 보니 임신 여성은 태동을 느끼는 순간부터 모성애가 발현되기 시작한다고 이해했다”면서 “태아의 생명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임신한 여성이다. 어쩔 수 없이 낙태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를 태아의 생명과 충돌하는 가치로만 보지 않고 조화롭게 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했듯이 (착상 후) 일정 기간 이내에는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도 가능하다”는 것이 그가 밝힌 방법이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 후 첫 3개월까지는 완전히, 다음 3개월은 제한적으로 낙태할 수 있게 하고 6개월 이후부터는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후보자는 5년 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비하여 결코 낮게 평가돼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지난 2월 또다시 헌법소원 사건이 접수돼 심리 중에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 등 민감한 이슈와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내놓았다. 이 후보자는 “아르메니아의 경우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하고 있는데도 대체복무를 허용하게 했다”며 전향적인 의견을 밝혔다. “병역거부 문제로 2대에 걸쳐 처벌받는 사람도 있고 어떤 해에는 700명이 넘게 처벌받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북한을 주적으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북한은 두 가지 측면을 갖고 있다. 그렇게 질문한다면 그렇게 보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독소조항도 있고 오·남용된 적도 많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폐지보다는 개정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사형제도에 대해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고, 선거 연령 하향 조정에 대해서는 “18세 정도면 판단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며 긍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성실한 직책 수행 의무 위반’을 지적한 보충 의견을 낸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해) 납득할 만한 소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이 후보자는 “사실 재판관으로 조용히 임기(내년 9월)를 마치고 싶었다”면서도 헌재소장이 된다면 “하루를 하더라도 6년을 하는 것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되는 것 굉장히 영예스러운 일이지요?”라는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의 질문에 “소장 부재로 재판소의 위상이 실추되는 상황에서 제가 지명되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명된 이상 책무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했다. “9개월짜리 시한부 헌재소장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질문이 이어지자 “주요 사건 처리가 지금 상당히 미뤄져 있는데 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 특위는 이날 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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