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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출판계 다각적 복원작업 전개|"잊혀진「북방정서」되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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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분단 40년 동안 잊혀져왔던 우리 민족고유의 북방정서가 다양한 문학출판 작업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국토와 체제의 분할이 초래한 민족정서의 단절 및 이질화가 분단을 내면적으로 더욱 고착화해 왔다는 점에서 볼 때 왜곡되지 않은 우리 고유 북방정서의 복원작업은 분단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정서적 통로확보에 다름 아니다.
또한 문학사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작업은「공간적 실지회복」과 통한다. 따라서 이 작업들은「시간적 실지회복」과 통하는 납·월북 작가 해금논의와 함께 최근의 민족문학 전개에 두개의 축으로 편입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활발해지기 시작한 이 같은 작업들을 지역적으로 분류해 보면 ▲해방 이전 백두산 및 북관 지방을 무대로 하는「북방문학」▲독특한 자치문화로 정착한「연변문학」▲교포문학의 분파주의를 극복한「소련한인문학」등으로 대별되나 분단이전 우리 고유의 북방정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차디찬 아침인데/묘향산항승합왈동거는 텅하니 비어서/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팔원』중에서)거나『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백화』중에서) 라는 등 낯설면서 동시에 친숙한 시정을 보여주는 평북 정주출신의 30년대 시인 백우의 전집이 지난해말 분단 4O년 만에 복원된 것은 「방언주의를 통한 내지 북방정서회복」이라는 값진 수확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고은의『백두산』과 러시아 작가「가린·미하일로프스키」의『백두산민담』에서도 우리는 백두산 천지에 퍼붓는 폭설, 쩡쩡 나무 찍는 소리, 사나운 마적 떼, 장대한 기골의 조상들을 만난다. 황석영의『백두산』이나 이동순의『홍범도』역시 미완의 작품이나 당당한 북방정서 복원을 위한 역작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변문학의 국내소개도 지난해부터 본격화되었다.
『고향마을 외면하고/쑥대령 눈물로 넘던 저 달님/오늘은 날 반겨 꽃 그릇에 뜹니다/하얀 달 풍년 달떡이』(『달떡』중에서)라고 김파는 노래한다. 중공연변의 대표적 한인 시인인 그의 시집『흰돛』은 연변시집으로는 국내최초로 지난해 출간됐다.
이어「눈 내리는 두만강 가에서」「토장국」「광개토왕비」등 80년대 연변 시들을 묶은 시선 집『고향은 언제나 내 가슴속에』가 출간되었고 최근에는 연변 조선족 소세선『그녀는 고향에 다녀왔다』까지 나왔다. 『조각달 둥근 달』『아, 쪽박새』등 국내 첫 소개된 7편의 소세들은 한결같이 분단 이전의 민족공동체적 정서를 담고 있어 우리겨레의 풍속과 습관을 원형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소련 한인시선 집『소련식으로 우는 한국아이』에 이어 최근 국내 출간된 소련의 중견한인작가「아나톨리·김」의 단편집『푸른 섬』과『사할린의 방랑자들』에도 한민족의 혼과 북방유민의 정서가 가득 담겨 있다. 분단이후의 남북한 소세에서 보다 더욱 생득적인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출간작업들은 문학사 재편의 차원을 넘어 우리민족 고유의 품격을 회복하는 힘으로 가능할 것이다.
내적으로는 문단 및 학계의 민족주의 기운, 외적으로는 정부의 북방외교 시대에 힘입어 이 같은 북방문학·연변문학·소련한인문학 등의 저술 및 소개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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