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휴시대] 上. 내용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활짝 열리는 '연휴시대'는 경제.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우선 쉬는 날이 크게 늘어나는 직장인들은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 증가를 생산성 향상으로 상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편집자]

포스코의 김인기(41) 과장은 지난 6월 회사가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한 뒤 아내로부터 "직장생활 17년 만에 새 사람이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 휴가 때가 아니면 가기 어려웠던 2박3일 가족여행도 이젠 흔한 일이 됐다.

주말 외식도 마찬가지다. 거의 매주 가족 맛집기행에 나서는 바람에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뒤지며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金과장은 "지출이 15~20% 늘었지만 가족과 함께할 여유가 늘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1년 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 직장인들의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예고된다. 주중에는 집중도를 높여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친지들과 여유롭고 넉넉한 주말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족 중심의 삶으로 탈바꿈하게 되고 '삶의 질'도 한 단계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다. 학원수강 등 자기계발 기회도 풍부해져 일의 능률도 높아질 수 있다. 그래서 어학원 등 학원가는 직장인들로 붐빌 전망이다.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줄어든 근무시간을 생산성 향상으로 벌충하기 위해 빡빡해지는 근무 분위기,'무리한' 여가활용으로 인한 월요병, 주5일 근무 혜택을 누리지 못한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돈도 문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여가를 즐기는 데 씀씀이가 커질텐데 소득은 그만큼 늘지 않을 것"이라면서 "소비를 위한 임금인상 요구가 커지고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가문화 확산, 가족중심의 생활패턴=주말여행 행태도 단거리 중심에서 제주도나 동남아 등 원거리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가족과 함께하는 체험여행이나 주말농장.농촌 관광 등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의 김영민(33) 대리는 "지난 6월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는 횟수가 예전의 두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일요일에 몰렸던 여행수요가 분산되면서 휴일 교통 체증이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는 여행, 일요일에는 집에서 휴식, 월요일에는 출근 등이 직장인들의 주말 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의 일부 계열사처럼 매주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회식이나 추가 근무 없이 일과 후 곧장 귀가토록 권장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다. 이미 토요휴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의 경우 워크숍이나 단합.체육대회 등 회사 행사날짜는 토요일이 아닌 금요일 몫이 됐다.

하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주중 결혼식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 여름에 떠나는 일주일 가까운 정기휴가 대신 수시 휴가가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틀 휴일에 하루 정도 보태면 사흘 연휴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 풍속도 변화=삼성전자 직원들은 '집중 근로시간'으로 정한 오전 9시30분부터 두시간 동안은 가급적 자리를 뜨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은 오전 9시30분~11시 전화받는 사람을 정해놓고 업무와 무관한 외부전화를 바꾸어 주지 않는다. 이미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업체들은 이처럼 근무강도를 높이고 있다. 많이 쉬는 대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 확실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휴식이 길어지면서 '월요병' 증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집이나 가까운 곳에서 충분히 쉰 직장인들은 월요일 출근길 발걸음이 가뿐하겠지만 먼곳을 다녀오느라 일요일 저녁까지 시달린 사람들은 빡빡해진 근무 분위기 속에서 하루종일 피로감을 하소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신한은행이 최근 주5일제 시행 1년을 맞아 직원 4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5일제 도입 이후 월요병이 늘었다는 직원이 40%에 달했으며,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비율도 70%에 달했다.

홍승일.김창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