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준이를 돌려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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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괴사건이 난지 41일째,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선 지 1주일 째인 13일 하오 대통령이 수사본부를 방문한 길에 들러 가족들을 위로하고 간 뒤 집안분위기는 한결 생기를 찾은 듯 했다.
『혜준이는 살아있고, 돌아오게 될 것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는 대통령의 위로도 힘이 되었지만 그보다도 대통령이 표시한「관심」이 경찰수사에 자극제가 되리라는 기대 때문인 듯 했다.
『혜준이는 살아있어요. 16일 안으로 범인이 잡힙니다.』
대통령이 돌아간 뒤 어머니 서희옥씨(30)가 다니는 교회 교우들의 기도가 끝나자 사건 후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20대「심령학자」가 확신에 찬 예언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일 가족들을 안심시켰다.
하오5시쯤 전화벨이 울렸다.『천안공설시장에서 혜준이와 비슷한 어린이를 봤다』는 시민제보에 천안으로 달려간 삼촌과 이모로부터의 연락.『혜준이가 아니예요.』
밝았던 원씨 부부의 표정은 순간 잠시 어두어졌다.
『우리 혜준이가 지금 어디 있을까요. 전화번호도 외어 집에 전화도 걸 줄 아는 아인데 이렇게 전화도 없지요. 지금이라도 곧 전화벨이 울릴건만 같은데….』
어머니 서씨의 눈엔 다시 눈물이 가득 괴었다.
어린 딸이 유괴된 후 눈앞이 캄캄하고 가슴이 울렁거려 탈진상태에 빠진 어머니 서씨는 다시 쓰러지듯 몸져누웠다.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끝없이 솟아 나오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는 모정의 호소.『제발 우리 혜준이를 돌려 보내주세요.』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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