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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수험표, 학교서 일괄 보관 후 시험 전날 재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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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포항 강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전국 고3 수험생들이 17일 정상 등교했다. 이날 오전 대전관저고 3학년 학생들이 담임에게 수험표를 다시 반납한 뒤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김성태 기자

포항 강진으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전국 고3 수험생들이 17일 정상 등교했다. 이날 오전 대전관저고 3학년 학생들이 담임에게 수험표를 다시 반납한 뒤 주의사항을 듣고 있다. 김성태 기자

경북 포항의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연기된 지 이틀이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미림여고 3학년 교실은 ‘열공’하는 학생들로 조용했다. 이 학교는 이날 수능 시간표에 맞춰 학생들이 자율학습을 하게 도왔다. 교실 칠판에는 수능 시간표에 따라 ‘국어 8:40~10:00’ ‘수학 10:30~12:10’이라 적혀 있었다. 학생들은 책상 위에 모의고사 교재나 요약 노트를 꺼내놓고 공부를 했다.

교육부, 17일 수능 연기 후속조치 발표 #포항 초·중·고교 20일부터 정상수업 #자사고 등 고입 전형도 연기 추진

3학년 김여명(18)양은 “처음에는 ‘왜 하필 내가 시험 볼 때 이런 일이 생겼나’ 싶어 당황스럽고 억울했는데 이틀 정도 지나니까 안정이 됐다.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아마 대부분 학교가 수능 일주일 전부터 수업 대신 자율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다만 수능 연기와 지진으로 불안해하는 학생들이 있어 컨디션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17일 대부분 학교는 전과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시험 당일이었던 16일에는 휴업으로 학교가 쉬는 곳이 많았지만, 17일에는 모든 학교가 정상적으로 등교했다. 고1,2 학생들은 학사일정에 맞춰 수업을 이어갔고, 고3은 보통 교실에서 자율학습을 했다. 신동원 휘문고 교장은 “수능 연기로 다음 주에 치를 예정이었던 기말고사도 한 주 미루기로 했다“며 ”학생들이 수능 전날까지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관련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이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 관련 후속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항지역 학생들도 다음 주에는 대부분 정상적으로 수업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능 연기 후속대책 종합 추진 상황’을 발표했다. 교육부·교육청·교육시설공제회 등으로 구성된 포항 지역 합동 점검반의 점검 결과다.

이에 따르면 포항지역 초·중·고교 242곳 중 217곳(90%)은 20일부터 정상수업을 한다. 수능 고사장으로 지정됐던 포항고·포항여고·대동고 등 14곳 모두 정상수업 학교에 포함됐다. 나머지 25곳 중 24곳은 학교 판단에 따라 임시 휴업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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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수능이 23일로 일주일 연기됨에 따라 예비소집도 전날인 22일 다시 실시된다. 수능시험을 실시하는 고사장은 바뀌지 않지만, 교실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주희 교육부 대입제도과장은 “이미 학생들이 자신이 시험 치를 교실을 알고 있어 부정행위 발생 위험이 높다고 봤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고사장은 두고, 교실만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고사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포항지역은 21일까지 수능시험장 변동 상황을 수험생들에게 알려 예비소집 실시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대전관저고에서3학년 담임이 학생들에게 반납받은 수험표를 확인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대전관저고에서3학년 담임이 학생들에게 반납받은 수험표를 확인하고 있다.김성태 기자

수험표 분실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재학생은 학교에서, 재수생은 재수학원에서 수험표를 보관하다 수능 전날 다시 나눠주기로 했다. 수험표를 분실하면 시험 당일 응시원서에 붙인 사진과 신분증을 갖고 고사장 시험관리본부에 가면 재발급받을 수 있다. 올해는 수능 연기로 분실한 학생이 많아 당일 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주희 과장은 “수험표를 잃어버린 학생에게 시험 전에 수험표를 재발급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 중이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각 시·도 교육청에 전기고교(특성화고, 예·체고, 자사고 등)의 신입생 입학전형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춘란 차관은 “원서접수·면접 등 고입 전형 시기가 수능과 겹치지 않게 조정해 달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수능 연기에 따른 불편사항을 접수하기 위해 국민고충센터도 설치한다. 고충처리센터는 수능 연기에 따른 정부의 조치현황을 정확하게 안내하고, 순연된 수능 및 대입전형에 대한 학생·학부모·교직원·대학 등 국민의 고충을 듣고 신속하게 답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한다. 고충처리센터는 교육부 홈페이지에 설치되며 대입전형이 종료되는 내년 2월 28일까지 운영한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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