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입북 미술인 연구 활발『계간미술』겨울호·『현대』창간호서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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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지용·김기림 등 납북문인들을 중심으로 연구서 간행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술계에서도 납북·월북미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단계적 해금과 사회적 수용을 요청하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을 끈다.
『계간미술』은 최근호(87년 겨울)에「45∼50 해방공간의 한국미술-납북·월북 미술가들에 대한 미술사적 접근」을 특집으로 꾸며 내놓았으며, 월간『현대』도 창간호(87년11월)에서「상실된 미술사의 복원」을 통해 월북·납북 미술가들을 다룬 바 있다.
『계간미술』의「납북·월북작가 인명록」(한국근대미술연구소 편)에 실린 미술 인은 기웅·길진섭·김만형·김주경·배운성·윤자선·이순용·이쾌대·정현웅·최재덕(이상 양화), 이석호·이팔찬·정종여(이상 한국화), 조규봉(조각), 김용준(평론·화가) 등 모두 15명.
이밖에도 유석연 김정수 이 성 방덕천 이충섭 정온녀 박문원 이국전 조관형 엄도만 이건영 장석표 이해성 임군홍 등이 월북 또는 납북됐으며, 윤승욱(조각)·임용련(양화)은 6·25직후 좌익학생·공산당 조직에 끌려가 행방불명된 것으로 이귀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은 「납북·월북미술가, 그 역사적 실체」를 통해 밝히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정종여·조규봉 을 제외한 거의가 북한에 간 후 여러 죄목으로 숙청 당해 생사와 행적조차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는 것. 그는 이에 대한 간접 증거자료로 80년 일본에서 간행된 평양의 조선미술관 소장품도록에 실린 월북미술작가 작품은 정종여·이석호·김용준의 작품이 전부였음을 제시하고 있다 또 84년 사망한 정종여만이 조선미술가동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및 조선화 분과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끝까지 우대 받았을 뿐이라는 것.
한때 조선조형예술동맹에 참가했으나 좌익을 거부했던 김기창 화백은『미술가에 한해서 본 다면 사상적으로 진짜 공산주의자는 몇 안되고 대개가 혼란했던 시기에 정치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이라고 회고.
조각가 김경승씨는『서규봉은 이북에서 김일성 동상을 제작, 조각가를 우대한다는 말을 듣고 월북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증언했다.
이귀열씨는 해방이후 좌익계 미술계는 조선문화건설중앙협의회 산하 조선미술건설본부→조선미술협회→조선조형예술동맹과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연맹 산하 조선프롤레타리아미술동맹→조선미술가동맹이 각각 발전적 해체, 46년11월 조선미술동맹으로 통합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분석.
그는 당시의 상황에서 뚜렷한 정치적 경향성도 없이 좌익계 중심의 미술단체에 가담한 미술가들이 적지 않았음을 지적하고,『이제부터라도 월북미술가들이 월북이전에 남한에서 순수한 형태로 제작, 남아있는 작품들은 미술사적 인식으로 사회적 수용을 허용해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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