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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항만 운영권 중동기업 인수 거센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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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뉴욕.마이애미 등 미국 내 6개 주요 항만의 운영권을 둘러싼 미 정치권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국가안보 문제를 아무런 원칙 없이 처리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고 나섰다. 여기에 공화당 인사들도 합세하면서 논란의 불길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안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고 맞받아쳤다.

◆ 거센 공방=힐러리 상원의원은 21일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번 거래는 미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 거래를 봉쇄하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의 항만은 외국 정부나 기업의 수중에 맡겨두기엔 너무나 중요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의원도 "테러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항만이 외국 업체에 넘어가면 쉽게 테러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의 공세는 부시 행정부의 모순된 정책에 집중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가안보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워 전쟁도 마다하지 않은 부시 행정부가 이제 와서 주요 항만의 운영권을 외국 기업에 넘겨준 것은 일관된 전략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다.

공화당 중진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빌 프리스트 상원 원내대표는 "좀 더 광범위한 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최종 결정이 연기돼야 한다"며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거래를 정지시키는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도 "뉴욕주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취소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번 거래는 미국의 공정성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의회가 법을 만들어 이 합법적인 거래를 막을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속내는 중간선거 기선 제압=9.11 이후 안보 문제는 부시 행정부에 '전가의 보도'였다. 선거 승리도, 난국 돌파도 '안보'라는 두 글자로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 앞에서 민주당은 쩔쩔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힐러리 등은 11월 중간선거와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역 안보공세'라는 카드를 가다듬고 있다. '다른 분야에서 아무리 잘해도 안보라는 벽을 넘지 못하면 선거는 하나마나'라는 절박감 속에 "역으로 치고 나가는 것만이 살 길"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문제는 부시 행정부의 대응 능력이다. 예전 같으면 금세 여론을 다시 그러모을 수 있었겠지만 최근엔 잇따른 악재 속에 힘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미국 언론들도 "잭 아브라모프 로비 스캔들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메가톤급 이슈가 터져나왔다"며 "지금의 전열로는 민주당의 거센 공세를 막아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정가가 한바탕 회오리 속에 빠져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신홍 기자

◆ 미 항만 운영권 논란=애초 뉴욕.뉴저지.뉴올리언스.마이애미.필라델피아.볼티모어 등 미국 내 6개 주요 항만의 운영권은 영국계 해운업체인 P&O사가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기업인 '두바이 포트월드'가 68억 달러(약 6조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고, 미 정부도 최근 이 거래를 최종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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