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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개그맨 김영철의 특별한 '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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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휴대전화에 가장 많은 '누나'들의 전화번호를 소유하고 있는 남자, 개그맨 김영철. "친누님같은 사이가 대략 40여 명. 그 중에서 최근에 무척 친해진 작가 김수현 누나가 있죠."

순간 귀를 의심했다. 머리 희끗한 연기자 분들도 깎듯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데 감히 누나라니. 과연 이 겁없는 동생, 김영철의 기막힌 인연은?

"제가 KBS 주말드라마 '부모님전상서'에 캐스팅 되면서 난생 처음 정통 연기를 배웠거든요. 처음에는 정말 하늘같은 선배님, 선생님들 눈도 못 맞췄는데 지금은 50여 회를 함께 하다보니 많이 친해졌어요. 그 중에서도 제 또래 탤런트 이동욱과 친구처럼 지내는데 어느 날 둘이 내기를 했죠."

남자 분장실에서 커피를 마시는 원로배우 장욱을 보고 김영철은 꿀꺽 군침을 삼킨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한 이동욱의 엉뚱한 제안.

"장욱 선생님 커피 뺏어먹으면 5만원 준다나?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말했죠. 김수현 선생님께 누나라고 부르면 500만원 주겠다고. 그랬더니 동욱이가 저보고 1000만원 줄 테니 불러보라나? 때마침 지나가던 김보연씨가 저희 농담을 듣고 포복절도하더라고요."

마침 그 날 저녁 '부모님전상서'팀 회식이 있었다. 전 스텝이 모여 기분 좋게 첫잔 건배를 하자 어디선가 김영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작가 김수현.

"깜짝 놀랐죠. 선생님이 저를 왜 부르실까. 그런데 갑자기 '누나랑 술 마시니까 좋아?' 그러시더라고요. 순간 정말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랐는데 웃으시면서 좀 전에 얘기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탤런트 김보연의 유쾌한 제보 덕에 대한민국 방송사의 전무후무한 김수현 누나, 김영철 동생 족보가 탄생한 것. 그 후로 김영철은 대본연습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생겼다.

"연습 전에 김수현 선생님께서 직접 제게 연기 지도도 해주시고, 좋은 책도 추천해 주세요. 그리고 가끔 수다 꽃도 피우죠. 호칭은 다시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마음의 거리만큼은 훨씬 가까워졌어요. 그나저나 누가 김수현 선생님이 어렵고 무섭데요? 얼마나 재밌고 좋은데. 선입견만 버리면 누구와도 친해질 수 있답니다. 저처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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