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맨 먼저 달려온 밥차, 300인분 하려다 500인분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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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시 취준생부터 해병대까지...이어지는 도움의 손길들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체육관에 전날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대피한 시민 800여명이 모여 있다. 최규진 기자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흥해체육관에 전날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대피한 시민 800여명이 모여 있다. 최규진 기자

16일 오전 경북 포항 시민 800여명이 대피한 흥해 체육관에서는 전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밤새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민들은 잠을 못 이뤘지만,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는 간식과 방한용품 등 구호 물품을 제공하느라 분주했다.

국가고시 17일 남은 포항 대학생들 자원봉사 #사랑의 밥차도 긴급 출동, 800인분 식사 지원 #해병대 1사단 1600명 긴급 복구작업 투입 #SPC·희망브리지 등 구호물품 지원, 성금 모금

이날 흥해 체육관은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 자원봉사자들과 구호 물품으로 가득 찼다. 전날부터 체육관 앞 흥해읍사무소까지 포항시 전역에서 모인 피해주민들의 차량 행렬이 이어졌는데, 이들을 맞은 건 주로 피해지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이었다.

16일 오전 자원봉사에 나선 포항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컵라면과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 최규진 기자

16일 오전 자원봉사에 나선 포항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학생들이 시민들에게 컵라면과 커피 등 음료를 제공하는 모습. 최규진 기자

가장 먼저 자원봉사 대열에 합류한 건 포항의 대학생들이었다. 전날 도착한 포항대학교 응급구조학과 학생 22명은 시민들에게 3시간씩 교대로 컵라면과 커피를 나눠주느라 분주했다. 오후 수업 도중 이곳으로 대피한 이들은 곧바로 자원봉사자 조끼를 챙겨 입었다. 봉사 활동을 하다 짬짬이 바닥에서 책을 펴고 공부했다. 포항대 학생 최혜란(27)씨는 “응급구조사 국가고시가 불과 17일 남았지만, 봉사자를 찾는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포항 흥해체육관에 세워진 사랑의 밥차 트럭 앞에서 식사를 준비 중인 봉사자들. 최규진 기자

16일 오전 포항 흥해체육관에 세워진 사랑의 밥차 트럭 앞에서 식사를 준비 중인 봉사자들. 최규진 기자

체육관을 찾은 시민들의 식사를 책임진 건 15명의 ‘사랑의 밥차’ 봉사자들이다. 끼니때마다 80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지진 소식을 듣자마자 포항 북구 창포동에서 1시간 만에 달려왔다. 전날 저녁엔 배춧국을, 이날 오전 7시엔 소고기 국밥이 냈다. 사랑의 밥차 임지혜 포항 사무국장(56)은 “처음에는 30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려고 했다. 곧바로 이웃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급하게 500인분을 더 추가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임지혜 사랑의 밥차 포항시 사무국장이

16일 오전 임지혜 사랑의 밥차 포항시 사무국장이

군 당국도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포항에 주둔 중인 해병대 1사단은 전날 1600명의 병력을 지원작업에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대형 천막과 야전 침대, 모포 500장도 지원했다. 이날 오전까지 200여명의 병력이 흥해읍·장량동·청하동 등 주요 피해지역의 긴급복구 작업에 나섰다. 국방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의 지원요청이 오면 재난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등 추가 피해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SPC 빵·생수 3만개, CU·GS·이마트 생필품 긴급 제공

16일 오전 희명브리지 전국구호협회 등 구호단체에서 보낸 구호 물품들이 흥해체육관에 도착했다. 최규진 기자

16일 오전 희명브리지 전국구호협회 등 구호단체에서 보낸 구호 물품들이 흥해체육관에 도착했다. 최규진 기자

이날 새벽엔 전국에서 추가 구호물자가 도착했다. '희망브리지 전국구호협회' 등은 포항시청에 생수와 이불, 휴지 등 긴급 구호 물품을 보냈다. 현재 포항 지역 피해주민들을 위해 성금 모금도 진행 중이다.(060-701-1004,1544-9595). 전날 SKT와 KT 등은 비상 발전기와 이동기지국을 설치했다. CU, GS, 이마트 등 유통기업들은 생필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SPC그룹도 빵과 생수 등 비상 식품 3만 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16일 오전 흥해체육관 2층에서 내부를 바라본 모습. 800여명의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최규진 기자

16일 오전 흥해체육관 2층에서 내부를 바라본 모습. 800여명의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정치인들로 발 디딜틈이 없다. 최규진 기자

포항시에 따르면 16일 오전까지 전국에서 일반봉사자와 군병력을 포함해 2100명의 자원봉사자가 지진 피해복구작업을 신청했다. 현재 흥해체육관에는 포항시 자원봉사센터와 대한적십자 등 7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포항시청 주민복지과 관계자는 “현재까지 9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고 흥해읍 등 주요 피해현장에서 긴급 구조와 질서유지 등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포항=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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