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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혜준양 유괴범"유서 20대 청년 한강에 투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울 삼전동 원혜준양(6) 유괴사건은 경찰이 공개수사에 나선지 열흘이 지나도록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찾지못한 가운데 범인을 자칭하는 20대 남자가 12일 상오 서울 성수동 한강 영동대교 위에서 『혜준양을 데려다주지 못하는 죄책감 때문에 투신자살한다』 는 내용의 유서를 남겨 사건수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유서는 12일 상오7시50분쯤 서울 성수동2가 159 영동대교 남단 2백 깍지점 비상 경비전화함 오른쪽 인도에 구두 1켤레·푸른색 비닐점퍼와 함께 놓여져 있는 것을 순찰중이던 청원경찰 장영길씨 (39) 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유서의 필적이 은행 구좌개설 때 남긴 필적과 비슷하고 유서의 내용으로 보아 범인으로 단정, 잠수부를 동원해 사체수색작업을 펴는 한편 유서 등 유류품의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했다.
경찰은 용의자로 지목됐던 함모씨 (26· 운전사) 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살한 것으로 단정했다.
함씨는 목소리가 범인과 흡사하다는 시민제보로 1월8일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뒤 9일부터 행방을 감췄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성문감정결과 함씨의 성문이 범인과 흡사하다는 통보를 12일 경찰에 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범인이 수사에 혼선을 빚기 위해 투신 자살극을 꾸몄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서발견=청원경찰 장씨가 7시30분쯤 영동대교 남단까지 순찰할 때에는 유류품이 없었으나 돌아오는 길에 상오7시50분쯤 가지런히 쌓인 유류품·난간의 발자국을 발견했다.
유서는 편지 봉투속에 든채 푸른색 점퍼위에 놓여있었고 그 위에 밤색 구두를 놓아 날아가지 않도록 해놓았다.
봉투 겉봉에는 「원혜준」이라고 이름만 씌어 있었고 유서는 16절 모조지 2장에 플러스펜으로 빽빽하게 씌어 있었다.
◇수사=경찰은 구랍22일 마지막 통화에서 범인이 『혜준이는 공범 1명이 대구에 데려가 있다』 고 말하면서『일을 저질러놓고 보니 너무 커진 것 같다』 는 등을 말한 것으로 보아 혜준양의 범인 중 1명이 자살한 것으로 단정했다.
이에따라 경찰은 범인중 다른 1명이 혜준양을 데리고 지방으로 갔을 가능성이 많다고 보고 전국의 고아원·미아보호소 등에 협조를 의뢰했다.
◇용의자=경찰은 함씨가 트럭운전사로 지난해 사고를 낸 후 운전면허가 취소돼 생계가 어려워진데다 지난해12월6일 임신 중이던 애인과 결혼, 출산비를 급히 마련하기 위해 친구인 임모씨(24)와 함께 혜준양을 유괴한 것으로 단정했다.
한편 함씨의 부인은 만삭으로 출산을 위해 강원도 홍천의 친척집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수사관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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