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설 내진률 23.1%…포항 학교 왜 많이 부서졌나 봤더니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오후 9시10분 경북 포항시 북구 대동고. 본관은 물론 식당이 있는 별관 건물의 외벽 벽돌이 떨어진 모습이 멀리서도 보였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강타한 가운데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포항고등학교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학교 관계자들이 건물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강타한 가운데 수능이 치러질 예정이었던 포항고등학교 곳곳에 균열이 발생해 학교 관계자들이 건물 내부를 확인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가까이 가보니 떨어진 벽돌이 산산이 조각나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건물 주변에는 접근을 차단하는 테이프가 설치됐다. 지진 때 건물 주변에 사람이 있었다면 부상을 피해갈 수 없었을 것처럼 보였다.

전국 공공시설물 중 최하위권 #전국 10만5448개 공공시설물 평균 내진률 43.0% 불과 #정부, 올해부터 신축 학교시설물 내진설계 의무화

수능이 치러질 2~3층 고사장 벽은 2m 넘게 금이 간 곳도 발견됐다. 복도에도 갈라진 곳투성이였다. 학교에서 성한 교실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인근 포항고도 사정은 비슷했다. 복도와 교실 벽면에는 종잇조각을 길게 붙여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지진으로 시멘트벽에 금이 가자 이를 가리기 위해 종이를 붙인 것이다. 포항유성여고는 1층 교무실과 교실·복도에 금이 생겼고 천장 일부도 무너져 내렸다.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 복도에 금이 가 학교 측이 종이로 가렸다. 김정석 기자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 복도에 금이 가 학교 측이 종이로 가렸다. 김정석 기자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공공시설과 민간시설 등이 피해를 입었다. 유독 학교건물의 피해가 컸다. 학교건물 가운데 내진 성능을 확보한 건축물이 4분의 1이 되지 않아서다.

16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공공시설물 내진 성능확보 현황(2016년말 기준)에 따르면 전국 10만5448개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43.7%(4611개)로 집계됐다. 내진율은 내진설계가 적용됐거나 내진 성능평가 결과가 양호, 내진보강이 시행된 시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학교시설의 경우 전체 2만9558개 중 23.1%(6829개)만이 내진 성능을 확보했다. 철도와 항만, 고속철도 등 기반시설의 내진율은 40~80%에 달하지만, 학교시설은 4분의 1이 채 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40~50년 전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내진보강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진에 대비하려면 신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 복도에 금이 가 학교 측이 종이로 가렸다. 김정석 기자

15일 발생한 지진으로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 복도에 금이 가 학교 측이 종이로 가렸다. 김정석 기자

공공건축물은 전체 3만343개 중 36.2%(1만976개)로 셋 중 두 개에서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았다. 도로시설물은 전체 2만3437개 중 58.4%(1만3690개)가 내진 성능을 확보하고 있었다.

정부는 지난해 지진방재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올해 연말부터 새로 짓는 학교 시설물의 내진설계를 의무화했다. 교육환경 개선비와 재해특별교부세 등 매년 2500억원 이상을 투입, 유치원과 각급 학교의 내진보강을 2034년까지 마치기로 했다.

올 2월부터 내진 설계의무 대상을 기존 3층 또는 연면적 500㎡에서 2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으로 강화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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