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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동맹 확대 시기상조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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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반미 성향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한국의 노무현 정권으로선 야심 차고 논란을 부를 수 있는 행동이다. 노무현 정권은 왜 미국과 동맹을 확대하려고 하는가. 북한 문제에서 서로 입장이 다른 양국의 동맹 확대는 가능할까.

노무현 정권이 미국과의 동맹을 확대하고 FTA 협상을 벌이는 이유는 이 같은 정책이 한국의 경제와 정치에 큰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요성을 미국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노 정권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입장에선 미국과의 동맹이 아시아와 세계 무대에서의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기회다. 동맹을 확대함으로써 아시아의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의 견제로부터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다.

FTA 협상은 한.미 양국 모두에 경쟁력을 강화하고 개방 경제를 받아들이는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중국이 체제 개혁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을 활용한 것처럼,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협상을 이익 집단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을 수도 있다.

각국 정부는 FTA 협상에 따라 피해를 보는 집단에 정치적.재정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협상 상대 국가의 정부로 책임을 돌리면 안 된다.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 간의 고위급 전략 회의는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발표한 '한.미 동맹 확대'를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한.미 동맹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의 전 세계적 확산,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역할,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초국가적 전염병 퇴치, 평화유지 활동 및 위기.재해 관리 협력 등을 담고 있다.

그런데 공동성명에 발표되지는 않은 내용이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북한 문제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주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이란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고 아시아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한다. 반면 노 정권은 강대국의 불신이 아시아 지역 갈등의 원인이라고 생각해 이를 제거한 새로운 질서 창조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부시 정권은 민주주의가 안정과 평화를 증진시킨다는 신념을 함께하는 국가와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을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따르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북한의 전체주의를 심판해야 하는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과의 화해와 안정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는 민주주의에 대한 생각이 다른 상태다. 이처럼 북한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한반도를 넘어선 한.미 동맹의 확대가 가능할까. 시기상조라고 본다.

무엇보다도 미국과 한국의 정상들이 서로 믿고 북한 문제에 대한 불안감과 기대를 진솔하게 나눠야 한다. 그리고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정책을 공동으로 만들 때만 한.미 동맹이 진정 확대될 수 있다.

북한은 앞으로도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기 위해 이러한 의견 차를 분명히 활용할 것이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은 오랜 기간 공유해온 관심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북한에 대한 의견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공동 관심사는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원

정리=강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