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추위」탄광·김 양식장 "주름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추위지각」에 따른 장기적인 이상난동으로 전국의 탄광촌과 김 양식장이 최악의 몸살을 앓고 있다. 탄광들은 겨울철 성수기에 탄이 안 팔려 체화량이 늘어나면서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고 김 양식장에는 김이 한창 자랄 지난해 12월 「추위실종」으로 수온이 높아지는 바람에 갖가지 병이 번져「60%이상 감수」의 흉작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관계자들은 새해 들어 추위가 시작 됐으나 사태는 이미 회복될 수 없을 만큼 악화돼 버렸다고 지적, 탄광촌과 연인어촌의 불황을 우려하고 있다.
탄광촌이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제철 성수기에 석탄이 안 팔려 겨울철 「검은 호황」 은 간데 없고 어두운 막장갱속의 탄가루만큼이나 캄캄한 불황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있다.
국내 석탄생산의 74%를 차지하는 강원도 태백·정선·삼척·영월·명주 등 태백 탄전지대.
탄광마다 개광이래 처음으로 월동 감산 조치속에 부도를 내고 문을 닫는 영세 탄광들이 속출, 최악의 경영위기에 부닥쳐 있다.
광원들은 노임을 제때 못 받아 생계에 큰 타격을 받고있으며 지난 노사 분규 때의 임금인상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아 분규가 재연되는 사례까지 빚고 있다.
『예년 같으면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사배시내 곳곳에 흔이 눈에 띄던 광원모집 벽보조차 볼 수 없어요.』 태백상공회의소 전인식 사무국장 (54) 은 『선금을 맡기며 전국에서 몰려들던 탄 구매업자들의 북적거린 발길이 끊긴지도 1개월이 넘었다』 고했다.
1년 중 봄·여름·가을 세 계절동안 외상 술을 먹고 1년 치를 한꺼번에 갚는 탄광촌의 겨울철 경기. 그 흥청거리던 겨울경기는 이제 옛 얘기가 된 채 썰렁하기 그지없다. 올 겨울들어 계속된 이상 난동날씨로 전국 연탄수요가 15%나 줄어든 데다 도시가스·석유·LPG등 편리한 대체연료의 수요증가현상이 겹쳐 석탄판로가 막다른 벼랑에 다 다랐기 때문.
『노사분규 홍역을 치르고 한숨 돌리는가 했더니 날씨가 심술을 부려 탄을 캐도 팔 길이 없습니다. 』
태백시 장원 광업소 이낙교 소장(7)은『한마디로 헤쳐나갈 길이 막연하다』고 했다. 월1만4천t생산목표를 1만2천t으로 14%넘게 감산하고 있으나 거래처인 서울S연탄과 C연탄공장에서 보름 전에 「원탄 발송중지」 를 통고해 왔다는 것.
이 때문에 탄 수송량도 크게 줄어 태백 역의 경우 작년 10월1일 1백10량 (약 5천3백t)씩 출하되던 것이 올 들어 85∼90량(약4천5백t)으로 15%이상 줄었다.
황지 광업소 채현식 소장(55)은 『판로가 막혀 태백탄전 1백60개 탄광에서 만도 캐서 쌓아놓은 탄이 70여만t 2백50여억 원 어치에 이른다』 고했다.
현재 전국 곳곳의 체화탄량은 산지 86만t, 연탄공장5백30만t, 정부비축 2백50만t, 기타 90만t등 모두 9백60만t. 이는 지난해보다 1백30만t이 많고 탄광개발사상 최대 체화량.
이 여파로 직영 연탄공장을 두고있는 대규모 탄광들을 제외하고는 자금회전이 꽉 막혀 초비상.
덕천 탄광대표 이중혁씨(51)는 『직원들을 거래 연탄공장에 보내 「제발 외상으로라도 사가라」 고까지 읍소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고 그나마 받아주는 곳도 4개월 짜리 어음을 끊어줘 2중고를 겪고 있다』 고 했다.
이같은 운영난으로 태백시관 내 3개 탄광이 아직도 10월분 광원노임 5천만 원을 못 주고 있고 정선·영월관내에서는 6개 탄광이 11월분 노임2억1천만 원을 체불하고 있다.
탄 판로난은 특히 이른바 탄광소작인 조광과 저질탄을 생산하는 영세 민영 탄광들이 심해 부도와 휴·폐광이 느는 최악의 경영위기에 몰려있는 실정.
월3천t을 생산하는 제동 조광은 구랍26일 부도10억 원을 내고 업주가 잠적해 광원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영월 셋방 조광도 구랍23일 부도1억 원을 낸 업주가 도망쳐 광원 1백여 명이 노임 4천5백만 원을 못 받아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
또 태백시 어룡탄광과 협성 조광은 노사분규 때 합의한 수당지급 등을 이행 못해 구랍14일 분규가 다시 일어나 현재까지 작업중단으로 사실상 휴업상태에 놓였다.
탄광의 불황 때문에 탄광촌의 주점·식당·여관 등 시중경기도 바닥세.
은행예금도 줄어 K은행지점의 경우 종전 월1백20억 원에 달하던 예금액이 작년11월부터 떨어지기 시작, 현재95억 원으로 줄었다.
태백 조광 탄광협회 윤수근 회장(62)은 『도내 탄광에서 상여금 등을 포함, 3백억 원 이상이 소요될 내달 구정 때는 특히 광원 1만3천여 명을 둔86개 조광들의 자금마련이 막연해 큰 문제』 라고 걱정했다.
조광 탄광 대부분이 노사분규 때 합의한 상여금 지급은 고사하고 노임 줄 돈도 마련하기 어려워 한차례 부도 및 휴·폐광사태가 예상돼 구정이 고비라는 것.
태백탄전 탄광업계는 이의타개책으로 정부비축 탄 수매를 급히 늘리고 구제금융을 방출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와 함께 조광 탄광협회는 ▲수입 탄 방출억제▲석공 탄 생산·판매제한▲장기 저리 융자조치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동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탄광업계의 건의를 받아들일 대안이 없고 이달말 탄광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석탄협회 남중탁 광업부장(52)은 『경영이 나쁜 탄광에 대해서는 폐광에 따른 정리대책이 세워져야하며 무엇보다 평리·고급화되고 있는 연료소비구조에 맞설 석탄 생산계획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소비성이 약한 석탄문제는 풀릴 길이 없다』 고 말했다. <태백=권혁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