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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통피니언]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분위기 만들어야

중앙일보

입력

by 오승정

목표와 성취를 좇아 치열하게 사는 현대인은 삶을 되돌아 볼 여유조차 없다. 모두 자신의 이익과 목표를 채우기 바쁘지, 다른 사람까지 배려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분명 우리의 도움을 필요시하고,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갈망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서로를 배려하며 약자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목일 것이다.

흔히 ‘사회적 약자’라 일컫는 사람들은 장애인, 다문화가정, 노인, 미혼모, 외국인 근로자 등이다. 그중 ‘다문화 가정’은 국제결혼이 증가하며 더 많은 사회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이처럼 국제결혼이 빈번하게 발생해 다문화가정의 수가 늘어나는데 반해,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고 무관심하기만 하다. 특히나, 성장기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손을 내밀어어야 하는데, 과연 국민과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서울 대림동 대동초등학교 입학식 안내문에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이 학교 학생 중 절반은 다문화가정 자녀다. [자료사진=중앙포토]

서울 대림동 대동초등학교 입학식 안내문에 중국어가 병기되어 있다. 이 학교 학생 중 절반은 다문화가정 자녀다. [자료사진=중앙포토]

실제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많이 부족하다. 특히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는 수준별 교육이 어려워 한국말이 능숙한 아이와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함께 수업을 받고, 이로 인해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지원은 지원금을 보조하고, 방과후수업에 참여시키는 정도가 전부이다.

이런 사실을 고발한 기사와 사례를 보며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높이고 이들을 향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지는 곳은 없을까? (용인시 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를 위한 활동을 지원한다고 해 찾아가보았다.

이곳에선 학업과 입시를 병행하는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찾아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영어 재능기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2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센터로 모여 영어 수업을 듣고, 영어 실력을 향상시킨다고 말했다. 영어 재능기부를 하는 청소년과 만나 자세히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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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재능기부 봉사자(용인 상현고 2)

-평소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많았나요.
“다문화가정에 특별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수업한다고 해 놀라기도 했고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도 했죠.”

-영어 재능기부 봉사를 하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를 점이 없다고 느껴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것도 느껴졌고 다른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도 보면서 편견이 사라졌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아이들의 부모님이 가끔 찾아오셔서 이 아이들이 수업을 너무 좋아하고 재미있어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뻐요. 마지막 수업에선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아이들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수업이 정말 좋다고 얘기할 때 보람을 느낍니다.”

영어 재능기부 봉사자(용인 상현중 3학년)

-평소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많았나요.
“다문화 과정에 관심은 있었지만, 쉽게 접할 기회는 없었어요. 그래서 다문화가정의 힘든 상황을 쉽게 공감하기 어려웠죠.”

-영어 재능기부 봉사를 하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다문화가정 사람을 처음 만난 거라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죠.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우리와 다를 바가 없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았어요.”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처음엔 서먹해하던 아이들이 제 이름을 부르며 다정하게 다가올 때 정말 귀엽죠.”

영어 재능기부 봉사자(용인 상현중 3학년)

-평소에 다문화가정에 관심이 많았나요.
“사실 큰 관심은 없었어요. 하지만 그들에 대해 알아보고는 싶었습니다.”

-영어 재능기부 봉사를 하면서 다문화가정 아이들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낯을 다소 가리는 아이들, 다른 생각의 아이들을 보며 낯설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열고 소통할 때 그들도 우리와 다름없는 똑같은 사람임을 느꼈습니다.”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알파벳을 배우고 스스로 문장을 구사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참 뿌듯했습니다.”

재능기부 봉사를 동해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만난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찰해보니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임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 청소년부터 국민까지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지원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존중하는, 다르다고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가 다함께 미소짓는 날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글·사진=오승정(용인 성복고 1)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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