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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강릉, 7번 국도 - 잘 닦여진 길 위에서 바다를 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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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강릉, 7번 국도 - 잘 닦여진 길 위에서 바다를 보다' - 김소연(1967~ )

다음 생애에 여기 다시 오면

걸어 들어가요 우리

이 길을 버리고 바다로

넓은 앞치마를 펼치며

누추한 별을 헹구는

나는 파도가 되어

바다 속에 잠긴 오래된

노래가 당신은 되어


다음 생애에 고운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요. 같은 여관에 들고서도 바로 옆방에 당신이 묵고 있는 줄 모르는 건 아닐까요. 다시 생을 받아 우리 이곳에서 만나거든 마르지 않는 바다의 사랑이 되어요. 바닷가에 신혼집을 짓고, 우리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만나면 그의 가슴을 헹구어 주고 바다 속 푸른 노래를 불러 주어요.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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