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토리 북한, 불참고집 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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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련이 서울 올림픽 참가를 공식 발표함으로써 그동안 온갖 방해책동을 해온 북한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특히 「그라모프」 소련체육상경·NOC위원장은 11일 『북한에 관한 한 올림픽 출전여부는 전적으로 자신들 독자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는 주목할만한 발언을 함으로써 북한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앞서 동독의 「에발트」체육상은 지난해말 『남북한 공동개최문제에서 우리는 IOC안을 지지한다』 고 밝힌바 있다.
11일 소련의 참가발표가 있은 뒤 북한 중앙통신은 『한국이 개최국이 된 현상황하에서 북한은 88올림픽에 불참할 것이다』라고 보도함으로써 서울대회 보이코트 의사를 처음 표명했다.
북한의 공식입장은 오는 타일로 시한이 정해져 있는 IOC의 일부종목 (5개) 북한분산 개최안에 대한 회답여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날 중앙통신의 보도 및 그동안의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의 불참은 거의 확실해졌다.
북한은 지난 81년9월 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한 직후부터 공산권과 제3세계를 대상으로 서울 올림픽 불참운동을 전개하며 개최지 변경을 요구했다. 이것이 여의치 않자 북한은 엉뚱하게 88올림픽의 공동개최를 주장하면서 치열한 방해공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1개국, 1개 NOC에서만 개최가 가능하다」 는 IOC헌장에 정면도전한 북한의 이같은 주장은 소련·중공 등 공산권은 물론 비동맹국 정상회담에서도 냉담한 반응을 얻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상황에서 IOC측은 서울 올림픽을 12년 만에 동서화합의 축제로 이끌고 북한에 참가 명분을 부여하기 위해 지난84년10월 일부종목의 북한분산개최 가능성을 제의했다.
이어 「사마란치」 IOC위원장은 85년 10월 제1차 남북한 체육회담을 로잔에서 주선, 일부종목의 북한분산개최를 공식 제의했다. 그러나 북한은 23개 종목 중 8개 종목의 북한배분과 함께 「제88회서울· 평양올림픽」 이라는 공동개최의 명칭을 고집함으로써 비난을 받아왔다. 이후 IOC 주재하에 지난해 7월까지 네 차례의 남북한 체육회담이 개최됐으나 북한이 엉뚱한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같이 되자 IOC는 결국출전여부의 회신 마감일인 오는 17일까지 북한에 대해 IOC제의에 대한 최종시한을 정해놓았다. 북한이 만약 IOC의 제의를 수락하더라도 대외문호개방, 특히 2만 명이 넘는 올림픽 패밀리의 자유왕래보장, 그리고 숙박·교통·TV중계 등 난문제가 걸려있다.
당초 북한은 서울 올림픽의 개최로 대내적으로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곤경에 빠지게되자 이를 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올림픽 공동개최」를 주장하며 널리 선전해온 것이다. 또 북한은 자기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이미 감안, 서울 올림픽 후 동구권을 대상으로 한 세계 청소년 스포츠제전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해부터 평양에 대규모 스타디움 등 스포츠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동구 공산권의 참가로 북한의 서울 올림픽에 대한 도발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사마라치」 IOC위원장은 교착상태에 있는 남북한 분산개최문제에 언급, 모종의 중대한 마지막 카드를 갖고있다고 밝힌바 있으나 북한이 불참의사를 확인한 현시점에서 IOC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오는 17일 최후 시한이 지난 후 궁여지책으로 남북한 단일 팀 구성을 제의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북한은 지난해 12월 이같은 제의를 평양방송을 통해 발표했었다. 그러나 남북한 단일 팀 구성도 시기적으로 촉박해 실현이 어려운 상황에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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