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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임재고" 유혹한 사람들 많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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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대통령, 기자들과 송별간담회>
전두환대통렴이 임기를 48일 앞둔 7일 하오 청와대 출임기자들과「송별간담회」를 가졌다.
약1시간40분에 걸쳐 청와대 경내 상춘재에서 열린이날 간담회에서 전대통렁은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떠나는 대통령으로서의 감회와 요즘의 근황등에 관해솔직한 심정을 피력했다.
○…전대통령은 간담회 벽두에 『내가 청와대를 떠날날이 이제 한달반밖에 안남아 앞으로 일정이 바쁠것같아서 여러분과 송별의 뜻을 나누기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송별의 이름을 붙인 자리는 여러분이처음』이라고 했다.
전대통령은 근황에 대해 『나는 요즈음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이 이것저것 바쁜것과 비슷한 상황』 이라며 『이사짐을 싸느라고 집안이 온통 어지럽다』고 소개.
전대통령는 『오늘도 아이들 (강남 재국씨와 차남 재용씨를 지칭)이 하루종일연희동 사가에 가서 책과 자료의 목록을 분류하고 짐을 정리했다』며 『내가 일일이다할수도 없고 누구를 시키기도 마땅지 않아 아이들의 도움을 받을수 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자신도오늘 하오 잠깐 연희동집에 들러서보고 왔다고 밝혔다.
○∵·전대통령은 재임7년동안 연속 풍년이 들고 경제안정을 이룩할수 있었던 것이 모두 국운이고 국민들이 고통과 희생을 참고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라고 모든공을 국민과 국운으로 돌렸다.
전대통령는 『우리 국민의 우수성과 위대한 저력을 나는 신앙처럼 믿게됐다』 며『취임초 물가안정시책을 밀고 나갈때는 고심도 많이했다』고 술회.
전대통령은 『정치란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잘 살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며 『민주발전도 좋고 또 반드시 해야하지만 국민이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
이어 전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면서 이루어놓은 것을 파괴하고 경제를 파탄시켜 국민이 끼니도 잇지 못하게 된다면 그것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일』 이라고 지적.
화제가 지난 대통령선거로 옮겨지자 전대통령은 『지난번 대통령선거 결과를 두고 일부 외신이 공산세력의 패배라고 평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그런점에서 지난 대통령선거는 자유민주세력의 승리로 평가될수 있을것』이라고 했다.
전대통령는 『우리나라에는 공산주의 뿌리가 깊는 것 이사실』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공산세력이 극소수나마 있다 하더라도 이제 우리사회는 절대 공산화 되지않는다』고 자신감을 피력.
임기만료가 다가온 것과관련, 전대통렴은 『내가 싫어하는 것중의 하나가 용두사미라는 말』이라며 『우리는 조그마한 조직체에서도 물러날때가 가까와오면 주위를 살피고 원칙에 어굿나게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데 최선을 다할것』 이라고 다짐.
전대통령는 『오는 2월24일 밤12시까지는 어떠한 변수가 있든지간에 국정의 책임이 대통령인 나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책임을 다할 것』 이라며 『그런점에서 내각이나 보좌관들이 아무런 동요없이 차분하게 나를 보좌해 주고 있는데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내각이나 측근 비서진들이 담담하게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전대통령는 『내가 인덕이 있는것 같다』고 말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부이양을 하는 단임제 대통령으로서 혹시 재임중 단임의지를 재고하거나 장기재임에의 유혹같은 것을 느낀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 전대통령는 『내가 유혹을 느꼈다기 보다 나에게 유혹을 한 사람들이 적지않았다』고 공개.
전대통령는 이 문제에 관해 비교적 소상하게 솔직한 심정을 그대로 밝혔다.『85년에 미국을 방문했을때 만난 어떤 상원의원은「한국이 올림픽을 유치해놓고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냐,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각하께서 더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진지하게 권고했다. 올림픽관계자들 가운데서도 수차올림픽을 앞두고 대통령이 바뀌면 어떻게 하느냐고말한 사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박정희대통령이 돌아가시고 내가 대통령이 되기전에, 나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겠느냐. 우리나라에는 나보다 홀륭한 분들이 줄을 지어 있다. 우리 국민은 우수하고 어려울때일수록 단합하는 국민이기때문에 누가 내 후임대통령이 되든지 국가지도자를 훌륭하게 양성해줄 것 이다. 그러므로 전혀 걱정할필요가 없다고 설득했다.
박대통령이 18년간 집권했는데 솔직이 말해서 나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고통스러워서라도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재임할수 있었는가 하는 것이 나의 의문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이래서 이분이 결국 정권을 이양할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들었다.
내가 정권을 내놓고 물러간다고 하면 비록 다소의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때로는 감싸주고 덮어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내놓는다고 하니까 반대로 더뒤집고 공격을 했다. 솔직이 말해서 그럴때는 감정이 북받쳐서 순순히 내놓을 기분이 안될때도 있을수 있겠다는 것을 이해할수 있었다.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권력이라는 것은 그 자리에 앉는것보다 내어놓는 것이 더욱 어렵다.
그리고 몇배의 용기가 필요하다. 옛날같으면 위수렴을 발농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았는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다. 국경을 다루는데 있어서 문제를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부작용도 크다. 속이 상해도 참고 인내해서 순리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것이 가장 선책이나
○…전대통령은 끝으로 어떤일이 있어도 올림픽을 잘치러야 한다고 재삼 강조했다. 올림픽만 잘 치르면 소련·중공·동구권등에 큰시장이 생기게 되고 국제적 지위도 지금과는 비교가되지않을 정도로 향상될 것 이라고 했다.
전대통령은 『우리가 선진국의 문고리를 잡아 열었는데 국민모두가 합심해서조금만 더 노력하면 선진국의 안방을 우리가 차지하게 된다』 며 『그러나 우리가 잘못하면 열린문도 닫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
전대통령은 『앞으로 4∼5년이 정말 중요하다』 며『공산권을 자유스럽게 여행하고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는 큰 변화가 올날이 멀지않았다고 믿는다』고 전망.<고흥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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