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 외무성 북미국장이 트럼프의 대북 '최종단계'는 뭔지 물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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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디매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국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달 19~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회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왼쪽 첫번째)과 토론하고 있다.[트위터]

수전 디매지오 뉴 아메리카재단 국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달 19~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비확산회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왼쪽 첫번째)과 토론하고 있다.[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최종 단계(end game)는 무엇인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만나 가장 알고 싶어하며 묻는 첫 번째 질문이다.

북한 협상 어려운 첫 번째 이유 "김정은 개인 모욕"

지난 1년 동안 간 ‘트랙 1.5 ’(반관반민) 접촉을 해온 수전 디매지오뉴 아메리카재단 북한ㆍ이란 담당 국장과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ㆍ미 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군사적) 통신이 두절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들이 공격이 임박했다는 북한의 오해를 불러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스위스 제네바 국제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2월에는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을 직접 방문하고, 5월엔 노르웨이 오슬로, 10월 하순 러시아 모스크바 비확산회의 등지에서 북한 최선희 북미국장, 최강일 부국장 등 북한 외무성 관리들과 만났다.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

 수전 디매지오 국장은 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설득하는 걸 어렵게 하는 세 가지 중 첫 번째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인격적 모욕, 두 번째가 이란 핵 합의 불인증, 세 번째는 특검 수사로 트럼프가 대통령을 오래 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북한은 핵을 미국과 협상할 주제라고 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 정부와도 대화를 원하지 않고 미국과 유일하게 대화를 원하고 있다”며 “북한은 아무 전제조건 없이, 대등한 입장에서 직접 대화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폴리티코와의 주요 인터뷰 문답.

북한 관리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하나.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단계가 무엇인지 정말로 알기를 원한다. 또 그가 정말 미쳤는지, 혹은 단순히 미친 척 연기를 하는 건지도 궁금해한다. 이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착한 경찰-나쁜 경찰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는 건지 등이 그들이 가진 질문들이다. 그들은 CNN방송을 24시간, 일주일 내내 지켜보며 뉴스를 따라잡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과 발언들을 모두 읽고 그가 하는 행동에도 정통하다.

 북한이 알고 싶어하는 또 다른 사항은 누가 트럼프 대통령을 정확히 대변하는가이다. 우리가 김정은을 누가 대변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것과 거의 똑같은 거울상이다. 또 누가 적합한 협상가인지도 알고 궁금해한다. 이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에 대해 갑자기 지지를 철회한 건 큰 실책이다.”

모스크바에서 최선희 국장을 만났는데 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던가.

“그녀는 청중 앞에서 대북 적대정책을 설명할 때 보통 얘기하는 한ㆍ미 연합훈련과 북한에 대한 제재 외에 모스크바에서 세 번째 요소를 추가했는데 그게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인 발언이었다. 이제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일부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포함한 거다. 

평상시보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설득하는 걸 엄청나게 힘들게 하는 것 중 첫 번째가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개인에 대한 인격적 모욕들이며 또 ‘북한과 대화를 하느라 시간낭비말라 ’며 자신의 최고 외교관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입지를 약화한 것이다. 

두 번째는 이란 핵 합의를 불인증해서 ‘미국이 지키지도 않을 합의를 위해 왜 협상을 해야 하느냐’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거다. 마지막으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행동과 함께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로 미국 국내적으로 문제에 직면했다는 데 대해서도 질문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 오래 대통령을 할 것 같지 않은 데 왜 우리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시작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전략처럼 위협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우리가 김정은을 잘못 이해한 건가.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 답변) 과거 김정일 위원장이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을 때도 모두가 그가 미쳤다고 했는데 김정은이 물려받자 똑같이 미쳤다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북한 지도자들은 미친 게 아니다. 이들은 냉엄한 힘의 정치(hardball power politics)를 실천하고 있는 거다. 그들은 작은 나라고 열강들에 둘러싸여 있고 미국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그게 핵무기를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외교일 수도 있다. 그들은 중국ㆍ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서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을 이루기 위해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게 북한이 미국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기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뭘 해야 하나.

“강경한 태도는 나쁜 게 아니지만, 쓸데없이 거친 발언은 멈춰야 한다. 북한이 지금 사태를 빠져나오길 바라지 않는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북한도 아무런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얘기해왔다. 현시점에서 북한은 유일하게 미국과의 대화만을 원한다. 그들은 다른 어떤 나라의 정부와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 북핵과 같은 주요 이슈는 오직 미국과 다룰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위신의 문제일 수도 있는 데 북한은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직접 상대하길 바라기 때문에 무엇을 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모욕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

북한과 전쟁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나.

“존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장은 25%, 조엘 위트는 40%라고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선제적 전쟁이든, 예방적 전쟁이든, 선제공격이든, 제한적 공격이든 어떤 군사적 옵션도 그로 인한 파괴와 사상자 수준을 생각할 때 실행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과 북한의 오판이 결합할 때 우발적인 전쟁 위협도 존재한다. 미국은 이 지역에 전략자산을 증강했고 3대의 항공모함 전단이 동시에 있는 건 틀림없이 전례 없는 일이다. B-1 전략폭격기가 군사분계선 이북을 비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북한과 이런 상황을 설명할 군사적인 통신 채널이 없는 상황에선 북한이 상황을 오해해 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보고 도발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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