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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바식당 운영권’ 15억 챙긴 LH·건설사 간부 무더기 적발

중앙일보

입력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주는 대가로 수십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받은 혐의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건설사 간부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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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뇌물공여 혐의로 함바 브로커 한모(53)씨와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LH 남모(53) 부장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LH 간부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배임수재 혐의로 국내 중견 건설사 임원 김모(51)씨를 구속하고 다른 건설사 10곳의 간부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브로커 한씨는 함바를 운영하려는 35명에게서 함바 운영권을 따주겠다며 40억원을 받아 15억4000여만원을 LH와 건설사 간부들에게 로비자금으로 썼다. 370여 차례에 걸쳐 현금과 골프, 룸살롱 등으로 접대했다.

LH가 짓는 아파트 건설현장 20곳의 함바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한씨가 쓴 로비자금은 9000만원에 이른다. 한씨에게서 접대를 받은 LH 직원들은 시공사 임직원들을 압박해 함바 운영권 수주를 알선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한씨가 LH와 건설사 간부에게 건넨 돈뭉치. [연합뉴스]

한씨가 LH와 건설사 간부에게 건넨 돈뭉치. [연합뉴스]

LH 남 부장은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한씨로부터 54차례에 걸쳐 현금 1000만원과 골프와 향응 등 모두 3900여만원의 금품을 챙겼다. 다른 LH 간부직원들도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1500여만원을 받았다.

한씨는 아파트 시공을 맡은 건설사 간부 24명에게는 14억5000만원을 로비 자금으로 썼다.

구속된 건설사 임원 김씨는 2015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28차례에 걸쳐 1억800만원을 전액 현금으로 받아 챙겼고, 다른 건설사 간부들도 15곳의 함바 운영권을 넘기는 대가로 500만∼8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브로커 한씨는 40억 중 로비자금으로 쓴 15억4000만원을 제외하고 차량 구입 등 생활비 등으로 15억원을 지출하고, 10억원은 건설사에 발전기금으로 증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앞서 한씨를 체포하면서 확보한 휴대전화에서 금품 제공 날짜와 금액, 대상, 현금 사진 등이 담긴 메모 파일 5300여 개를 토대로 이들의 혐의를 포착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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