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안경 써도 장애로 보지 않듯 장애인 편견 버려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오준 청각장애인 인권대사

오준 청각장애인 인권대사

“퇴직 후엔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해 뛰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정해뒀어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죠.”

‘청각장애인 인권 대사’로 변신 #‘사랑의 달팽이’ 연주회 관람

2014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연설로 화제를 모은 오준(62·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사진) 전 유엔대사가 ‘청각장애인 인권 대사’로 변신했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영산아트홀에서 열린 ‘사랑의 달팽이’ 클라리넷 앙상블 정기연주회에서 오 전 대사는 객석에서 아이들의 연주를 지켜봤다.

이날 공연에서 30여 명의 청각장애인 청소년들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같은 클래식과 재즈·팝·가요를 두루 연주했다. 이들은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을 받았거나 보청기를 끼고 있다. 자기가 제대로 연주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오 전 대사는 “아이들이 실수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큰 실수 없이 연주하는 걸 보고 대견했다”고 말한다.

오 전 대사는 네 차례 유엔 대표부대사를 역임하고 1월 퇴직했다. 2001년 어머니가 급성 파킨슨병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다 돌아가신 걸 계기로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졌다.

오 전 대사는 2015~201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의장을 지냈다. 이때 인권에 초점을 맞춘 지원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그는 “한국의 복지는 아시아 국가 중 앞서가는 편이지만 인식은 크게 뒤처져 있다”며 “근시도 일종의 장애인데 안경 쓴 사람을 장애인으로 보진 않는다. 장애인이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삶의 한 단계에서 장애인이 된다. 누가 더 오래 장애인으로 사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성남의 장애인 보호센터 ‘서호센터’의 운영위원장, 한국장애재활협회의 국제장애청소년행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