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부활한 외고…자립형고도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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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학년도 대학 입시가 거의 마무리된 가운데 외국어고나 자립형 사립고의 '성적표'에 관심을 갖는 학생.학부모들이 많다. 이들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상당한 사전 투자를 해야 하고, 우수한 학생 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며 그 결과 내신에서 크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등의 단점을 상쇄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16일 현재 주요 외국어고와 자립형 사립고의 대학 입시 결과를 모아 봤다.

◆ 외국어고등학교는=올 입시에선 대원외고가 가장 두드러졌다. 사실 대원외고는 최근 3년간 다소 내리막 추세였다. 특히 지난해 부진했다. 대원외고는 2003년 서울대에만 72명을 보냈었다. 연세대와 고려대에 각각 127명, 132명을 진학시켰다. 2004년엔 각각 70명, 143명, 137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엔 서울대 60명, 연세대 101명, 고려대 123명으로 크게 줄었다.

올 입시에선 이 추세를 반전시켰다. 서울대, 연.고대 모두에 근래 가장 많은 수를 합격시켰다. 서울대엔 무려 77명이 들어갔고, 연세대와 고려대에 각각 148명, 165명이 진학했다. 모두 합해 이들 대학에 390명이 간 것이다. 예년 수준(280~350명)을 크게 웃돌았다.

들여다 보면 내용도 나쁘지 않다. 표준점수 기준으로 사실상 전국 수석을 배출했다. 재학생인 이수진 양이 3점짜리 문제를 하나 틀려 원점수 기준으로 497점을 기록했으나 사회탐구에서 워낙 난이도 있는 과목(한국지리.법과 사회.국민윤리.국사)을 선택한 덕에 표준점수론 가장 높은 709점을 받았다.

이 양은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이 양과 함께 이번에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대원외고생은 무려 12명. 웬만한 고교의 전체 서울대 합격생보다 많다. 이 학교 이경만 3학년 부장교사는 "수능이 어렵게 나와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의 특기를 더욱 개발하고 각 전형에 대비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도'를 해 이 추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명덕외고도 예년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쥐었다. 2003년부터 서울대 진학자는 각각 29명, 37명, 26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처음 40명대(48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서울대, 연.고대 진학자 수도 162~254명에서 올해 277명으로 크게 늘었다. 명덕외고는 의약학 계열에 87명이 진학했다고 밝혔다.

한영외고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대에 31명, 연세대에 94명, 고대에 105명을 보냈다. 2004년보단 서울대 합격생 숫자가 3명 준 반면, 연.고대 합격생 숫자는 각각 14명, 23명 늘었다. 2003년이래 두 번째로 좋은 진학 결과다. 한영외고는 대원외고.명덕외고(12학급)보다 학급수가 적다(8학급).


◆ 희비 엇갈린 자립형 사립고는=전국에 자립형 사립고는 모두 여섯 곳이다. 그중 상산고.현대청운고.해운대고 등 세 곳은 자사고로서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외고보다 화려하진 않다. 현대청운고의 경우 서울대에 단 두 명만 진학했다. 연세대와 고려대엔 각각 13명, 34명이 갔다. 박규일 교감은 "서울대 진학자 숫자가 적지만 졸업생이 168명에 불과하고 의약학 계열에 33명, 교대에 17명이 진학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산고는 서울대 15명, 연세대와 고려대에 각각 26명씩 합격시켰다. 의치약학 계열론 35명이 진학했다. 상산고는 다른 자사고에 비해 허가가 늦게 나는 바람에 신입생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었다. 학교 측은 "내년에 더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상산고는 이를 위해 논술과 면접을 보다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운대고는 서울대에 16명, 연세대에 27명, 고려대에 30명이 진학했다. 의예과에 22명, 한의예과에 10명 합격했다. 윤부근 교감은 "평소 모의고사 칠 때보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포항제철고와 광양제철고는 서울대에 각각 18명과 8명을 보냈다. 지난해 수준을 밑돈다. 이와 관련, 서울대 관계자는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정도로 수능을 잘 본 건 아니기 때문에 합격생 수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민족사관고는 해외 진학 비중이 더 높다. 80여 졸업생 중 49명이 해외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중 26명이 미국 대학으로부터 조기 입학허가를 받았다. 이중 하버드.프린스턴.스탠퍼드대 등 명문 대학이 포함돼 있다.

김명수 교사는 "우리나라에선 진학하는데 성적이 중요하지만 미국에선 어떤 아이인지 전인간적인 걸 많이 본다"고 전했다. 서울대엔 9명, 연세대에 13명, 고려대에 3명, 의치약학 계열엔 9명이 붙었다.

◆ 2007년 이후 전망은=결국 수능 난이도가 관건이란 얘기가 많다. 올해도 수능이 어렵게 나온 덕에 내신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대부분 특목고에선 "2007년 수능이 올해와 비슷한 난이도로 나온다면 진학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2008학년도 이후엔 어떨까. 수능과 학생부 모두 등급제로 바뀌게 돼 이들 학교 출신에 불리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수능과 내신의 변별력이 떨어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분석도 있다. 대학도 우수한 학생을 뽑고 싶어한다는 점에서다. 실제 일부 대학이 암암리에 '고교 등급제'를 하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이들 학교 출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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