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받는 양금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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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권내부에 심상찮은 움직임이 부글부글 끓어 으르고있다.
총선은 코앞에 닥쳐오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지리멸렬의 상태에서는 야당의 존립자체가 위태롭다는 위기감에다 두 김씨에 대한 여론의 역풍이 경쳐 두김 중심 체제를 흔들고 탈출구를 모색해보려는 몸부림이 일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내의 당내 민주화요구가 김영삼 체제에 대한 간접도전의 냄새를 풍기고 있고, 김대중 유일 체제이던 평민당 안에서도 집단지도체제로 당헌을 고치자는 논의가 나왔다. 대통령선거에서 한계를 보였던 양금의 권위가 도전 받고 있는 느낌이다.
이와 함께 재야정치 세력들도 야권의 통합과 체질개선 또는 새로운 야당을 모색하고있어 총선을 앞둔 야권의 내연이 어느 방향으로 타오를지 주목된다.
○…민주당=김상현부총재가 4일 부총재 경선을 글자로 하는 당내 민주화방안을 들고 나온 데 대해 그 의중을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우선 김부총재 측은 물론 당내 많은 인사들은 금부총재가 임시전당대회에서「한몫」을 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총선이후의 정국을 내다보고「한점」을 놓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의원은『김부총재가 김영삼총재의 속생각을「1백20%」간파한 데다가 최근 당내에서 일고있는 여러 가지 불만의 물결을 타고 치고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부총재의 한 측근도『독자적으로 액션을 취함으로써 총선후에 있을 정계개편에서 당의 한 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한 주춧돌을 놓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해 비주류의 등장가능성을 예고했다.
그의 야권통합 특별위 구성 제의도 이런 맥락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는 모총재를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오히려「총재의 뜻」을 배경으로 당 지도부를 흔들어보겠다는 것인데 김총재 측근의 핵심세력을 약화시키게되면 결국 그 진동이 김총재 자신에게도 미치지 않을 수 없게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런 전략은 김총재의 권위가 현저하게 퇴조하고 있고 의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있는 상황에서 더욱 크게 번질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은 선거패배 후 책임론이 고개를 쳐들면서부터 총재측근 내부간은 물론 평의원들 사이에서도 누가 속죄양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한 시각의 차이로 묘한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부 소외된 당직자를 포함하여 평의원들은 선거과정에서 빚어진 △흑색당보발간 △백기완 후보와의 회합 △종교문제 △시·군·구 선거대책위원장 인선잘못 등 4개항을 가장 큰 실책으로 꼽으면서 내막적으로 이의 책임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형편.
한 의원은『직접책임은 물론 김총재 스스로 가져야하나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싫든 좋든 김총재를 다시 모실 수밖에 없다』면서『그러나 총재를 둘러싼 측근들의 책임도 큰 만큼 이들이라도 갈아치워야 한다』고 주장.
그러나 이같이 표적이 되고있는 김동영 박용만부총재 비서실장 등 측근들은 죽도록 일만했는데 왜 우리만이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반발. 그런가하면 최형우부총재 같은 이는『우리라도 책임을 지고 후선으로 물러나는 것이 총재를 보필하는 도리』라며 사퇴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측근내부사이에서도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형편.
김영삼총재도 지난해말 전당대회 소집을 결심했을 당시만 해도 형식적인 재 신임절차만을 밟은 뒤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를 듯이 보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제에 당 체제를 대폭 개편하겠다는 폭으로 심정의 변화를 일으킨것 같다.
김총재는 선거패배 후 당내인사들과 폭넓은 접촉을 한 결과 총재를 감싸고 있던 측근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있어 단지 박수만치는 요식절차만으로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릴 수 없다는 판단과 여당조차 당내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판에 야당이 체질개선의 흉내라도 내지 않고는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민주화의 압력에 버틸 수 없다는 복합적인 계산에 의해 부총재 경선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민당에서도 집단지도체제와 통합필요성이 거론되는 등 재편의 움직임이 심각하다. 평민당은 어떤 형태로든 대폭적인 당 체제개편을 위해 부심하고 있으나 호남에 편중된 지역적 제한성에 고질적인 인물난이 겹친 데다 일부 중진들 중엔「야권통합」을 거듭 주장하고 있어 큰 진통.
김대중총재는 5일부터 부총재단을 포함한 주요당직을 부분적으로나마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4일하오 기자실에 들러『재야인사들의 영입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어 오는 6, 7일까지 이 문제를 매듭지은 뒤 일괄해 발표할 생각』이라며 당직인선발표를 연기하게된 배경을 설명.
이 같은 당직발표연기는 재야인사영입문제에「상당한 진전」이 있다는 이유보다는 역시 현재까지 접촉해온 인사들 중에 주요 당직에 기용할만한 인물이 많지 않은 속사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 중 총재의 동교동자택에서 지난 연말 사표를 낸 부총재단 8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자정쯤까지 심야회의를 열고 당 진로와 집단지도체제로의 기구개편·총선시기·선거구협상문제 등을 폭 넒게 논의.
이날 회의에서는 민주인사의 석방 및 사면·복권·선거후유증의 희석·부정선거투쟁의 매듭 등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4월 총선의 기존당론을 재확인하는 한편 이른바 「호남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키 위해 대폭적인 재야인사영입을 거론.
또 이날 회의에선 몇몇 부총재들이『당 쇄신을 위한 결의로 백의종군하겠으니 우리의 입장을 고려치 말고 과감한 문호개방을 해줄 것』을 요청.
김대중총재는 이에 따라 재야영입케이스이고 유일한 여성부 총재인 박영숙부총재를 제외한 나머지 부총재 7명의사표를 일단 수리키로 결정.
김총재는 일부 부총재들이 야당통합을 주장했다는 보도에 대해 『야당통합보도는 연합공천이야기를 잘못 전한 것이라고 해명하더라』면서『연합공천도 민주당의 비협조적 태도와 재야영입문제 등을 고려할 때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강조.

<고도원·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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