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반영으로서 드라머는 그것이 허구라는 점에서 물가피하게 현실을 왜곡하게된다. 드라머는 곧 그럴듯한 거짓말로 현실의 본질적인 국면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TV드라머들은 대부분 이러한 의식의 실현보다는 주어진 이야기전개에 매달러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M-TV가 신년특집극으로 방영한『돈』(지상학극본 선우완연출)은 왜곡된 거울을 통해 현실의 한 단면을 냉엄하게 반영, 드라머의 특성을 보기 드물게 잘 살린 작품이었다.
『돈』은 한마디로 웃지 못할 촌극, 또는 터무니없는 소극이다. 이 드라머가 우리에게 주는 웃음은 주인공의 기괴한 몸짓이나 줄거리가 아니라「돈」이라는 우리 삶의 한 요소에서 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드라머는 교환가치가 지배하는 한 사회의 배금주의와 속물근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한 것이다. 매달 54만3천원이란 피땀어린 봉급을 받아 마누라와 세 자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허덕이는 말단은행원 전복남.
이름과 달리 그는 돈복이 지독하게 없는 사내로 어느날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돈 사냥에 나선다. 여우를 키우는 사업, 가짜휘발유에서 진짜휘발유를 빼내는 발명 등을 두루 해보지만 언제나 돈은 미꾸라지처럼 쉽게 잡히지 않는다. 거대한자본의 논리에 움직이는 돈이 한 개인에게 쉽게 몰려들 수 없는 것. 결국 그의 행각은 먼 원시시대로 거슬러 가는가 하면 폴러로이드 카메라 한 대로 조선시대로 가서 떼 부자가 되는 환상으로까지 연장된다. 그러나 꿈에서도 그는 현실의 패배자가 된다.
단순한 난센스코미디인 만큼 결말의 큰 감동은 없다. 소재에 비해 사회비판 적인 풍자의 요소가 약했고 2부작이라는 시간에 비해 에피소드들의 연결이 약했던 것도 흠이다. 그러나 『돈』은 잠시나마 돈에 기쁨과 슬픔을 모두 저당 잡힌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준 드라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