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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33만개... 숫자에 매달리는 서울시 일자리 예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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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일자리 분야다. 처음으로 이 분야에 1조원을 넘긴 예산(1조1766억원)을 조성해 서울시는 33만개(직접 14만개·간접 19만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과 '오버랩'된다. 예산안 발표 자리에서 윤준병 서울시청 기획조정실장은 “예산이 증액된 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내년 일자리 예산 1조원 #수년째 수십만개 일자리 조성 발표 #모호한 일자리 포함, 실효성 의문

사실 서울시의 창대한 일자리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에도 1조원에 가까운 돈(9762억원)을 쏟아부었는데, 목표한 일자리가 내년 보다 1만개 적은 32만개다. 올해 이 목표가 달성된다면 내년에 2000억원을 더 들여서 일자리를 1만 개 더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9월 현재 올해 만들어진 누적 일자리는 24만개다. 32만개 일자리를 4분기로 나누면 매분기 목표의 25%(8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점을 감안하면 3분기까지 24만개(8만×3분기), 달성률 75%를 정확하게 채운 셈이다. 수치만 놓고보면 일자리 예산의 집행과 효과가 완벽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숫자 속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일자리의 성격이 모호하거나 연속성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는 일자리를 직접ㆍ간접으로 구분하는데, 직접은 서울시가 직접 사업을 진행하거나 고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육교사 같은 연속성이 있는 일자리도 있지만, 대체교사나 공공근로처럼 단기간 일자리까지 포함된다.

간접 일자리 숫자는 더 모호하다. 실제로 일자리 개수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훈련ㆍ구인구직 서비스 및 취업알선ㆍ창업지원 등을 망라하는 숫자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이행되도록 알선해주고 지원하는 사업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면서 “이런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모두 떠안을 수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민간의 고용을 늘리려는 서울시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런 분야에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꼭 몇십만 ‘개’라는 숫자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예산을 늘리면서 덩달아 늘어나는 일자리 숫자에 갇혀 목표 맞추기에만 급급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

서울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6년 일자리 목표(28만개)는 달성됐고, 올해도 지금 추세대로 라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 같다. 이런 형태라면 내년 목표 달성도 당연히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의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2016년 1월 기준 511만명, 2017년 9월 현재는 514만명이 취업자로 별 차이가 없다. 실업자수는 같은 기간 216만명에서 252만명으로 되레 늘었다. 매년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서울시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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