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딩동, 딩동. 현관의 차임벨이 울린다. 인터폰을 집어든 순간 벽에 부착 된 4인치 비디오 화면에 30대 중반의 한 남성이 나타난다. 방문객이다.
금년 6월말 입주예정인 서울 강동구 고덕지구 삼성빌라에는 현관문에 도어 비전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일일이 문을 열거나 밖을 내다보지 않아도 누가 찾아왔는지 알 수 있게끔 돼 있다.
뿐만 아니다. 화재가 났거나 도둑이 들었을 때, 가스가 새고 있을 때는 즉각 상황이 음성으로 알려지고 동시에 기억시켜둔 2개의 외부전화에 연결돼 외부에서 대책을 강구할 수 있게 돼 있다.
밥을 짓거나, 에어컨을 켜는 일, 거실의 불을 밝히는 일들도 전화 한통화로 해결된다. 작은 컴퓨터인 분전반(릴레이 박스)이 전화·전기기구와 연결돼 있어 전화기를 통해 기억시켜둔 숫자를 누름으로써 원격제어가 가능하기 때문.
이 같은 가정 자동화 시스팀은 올림픽 패밀리 아파트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고덕 삼성빌라에서 잇달아 도입되고 있으며 일부 단독주택에서도 찾는 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달라지는 주생활은 주택의 실내구조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욕실이 화려해지고 있는 것은 가장 두드러진 특징중의 하나. 50∼80평의 대형 아파트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구의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사우나 시설까지 설치할 정도. 30평 안팎의 국민주택용 아파트에서도 욕실을 두 군데 설치하는 곳이 많아졌다.
반면 거실의 점유면적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침실은 커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발코니가 커지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변화. 종래 앞부분에만 설치되던 발코니는 이제 집 뒤쪽에도 설치되고 있으며 심지어 그 폭이 1·8m나되는 것도 있을 정도다.
단독주택의 경우 특히 변화를 보이는 것은 지하실의 활용이 다양해진 것. 건축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만들어졌던 지하실은 종래 창고정도의 기능을 수행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벽난로를 설치하여 홈바를 만들거나 오디오룸 또는 헬스기구설치로 취미공간으로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이들이 많아졌다.
『가정 자동화 시스팀의 도입이 생활의 편리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면 가옥의 실내구조 변화는 생활의 질을 추구하려는 욕구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
아파트의 내부구조 바꾸기가 붐을 이루고있는 것도 이런 의식과 맥을 함께 한다. 구조변경이 「재산」으로서의 아파트 가격에 별다른 차이를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구 서초동 W아파트에 사는 이복희씨는 1천만원을 들여 대대적인 수리를 하기도 했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빌라·전원주택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중의 하나. 전원주택은 아직 직장·자녀의 학업문제 등이 걸려 있어 일반화되지는 못하고 예술인·정년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집단부락을 형성해가고 있는 정도.
반면 빌라는 향림동산이나 양재동 현대빌라에서 보여지듯이 종교·직업 등에서 유사한사람끼리 어울려 사는 계층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