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 추위 물렀거라" 달리고 또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6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변.

'송파구 육상연합회' 회원 10여명이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달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지만 연령층이 다양해 이들이 아마추어 매니어임을 알수 있었다.

동호회가 창립된 것은 마라톤 붐이 전혀 일지 않았던 1982년. 24년의 세월만큼 회원들의 경력도 화려하다.

김성대(72)옹은 50대 중반까지 풀코스를 여자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내기 어려운 2시간 41~42분에 주파해 한.일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에 여러차례 초청받아 참가하기도 했다.

"한번은 20㎞부문에 초청받았는데 일본인들이 대회 전날 나에게 술을 엄청 먹이는 거야. 오기가 나서 술을 모두 받아 먹은 뒤 2시간 정도 자고 뛰어 우승했더니 깜짝 놀라더구만."

외다리 상이군인으로 목발을 짚고 각종 대회에서 10㎞ 코스를 10여차례 완주한 차춘성(74)씨와 '선비정신을 일깨워 준다'며 갓을 쓰고 출전하는 최돈방(64)씨는 언론에 여러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회원은 창립회원 10여명을 포함해 60여명. 연령층도 20대부터 70세까지 다양하다.

회원들은 매주 월.목요일 오후 8시와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주로 석촌호수에서 2~3시간씩 정기훈련을 한다. 조중섭(44)사무국장이 초.중급자들을 대상으로 자세교정과 주법 등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체계적인 훈련으로 정회원중 40여명이 42.195㎞의 풀코스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준 프로급이다. 여성회원도 8명중 2명이 수년째 풀코스를 완주할 정도로 실력이 만만치 않다. 특히 김영걸(53)회장은 40여차례의 풀코스 완주 경력은 물론, 지난해부터 아마츄어(마스터즈)들의 꿈의 도전 기록인 3시간이내에 진입해 현재 2시간 57분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전 국가대표이자 상무 마라톤 감독이던 문흥주(58)씨가 2년전부터 고문을 맡으면서 회원들의 실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다. 이같은 명성이 알려지면서 인터넷(http://cafe.daum.net/songparunnersclub) 동호회원도 280여명에 이른다. 회원가입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마라톤 매니어면 누구나 가입할 수있다. 월 회비는 1만원. 단 스스로 5㎞이상의 목표를 정한 뒤 3개월안에 완주해야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김회장은 "마라톤을 하면 건강뿐만 아니라 생활에 활력이 생기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바뀐다"며 "내년엔 한강에서 전국 마라톤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 016-747-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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