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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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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블레이어에 이어 동메달을 딴 노르웨이의 세르스티 부아스가 공중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바르도네치아 로이터=연합뉴스]

남자 스노보드 크로스 결승에서 선수들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바르도네치아 AP=연합뉴스]

토리노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가 벌어진 바르도네치아.

14일(한국시간)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그레첸 블레이어(미국)는 2차 시기를 앞두고 꼭대기 출발점에 걸터앉아 MP3 플레이어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원하는 곡을 고른 블레이어는 MP3를 소매에 찔러 넣었다.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춤을 췄다. 음악에 몸의 리듬을 맞추는가 싶더니 "꺄악" 소리를 지르며 슬로프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공중에서 몸을 900도(두 바퀴 반) 회전하고, 하늘에서 보드를 잡는(그립) 연기가 이어졌다. 여유.끼.만끽.폭발…, 이런 단어가 슬로프에 그려졌다.

블레이어는 결선 1차 시기 2위(41.5점)였다. 2차 시기는 1차 시기 성적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1차 시기 4위였던 세르스티 부아스(노르웨이)가 42점을 얻어 블레이어를 앞질렀다. 1위(46.4점) 한나 테터(미국)도 버티고 있었다. 2차 시기 중 좋은 성적으로 메달 색이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블레이어는 힙합과 록음악으로 긴장을 날려버렸다. 2차 시기 43.4점. 은메달이었다.

스키가 '클래식 정장'이라면 스노보드는 '힙합 캐주얼'이다.

익스트림 스포츠의 영역에 있던 스노보드는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하프파이프와 대회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토리노 대회에선 크로스도 정식종목이 됐다. 그러면서 시나브로 스노보드의 자유정신이 올림픽 문화 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스노보드는 길들여 지지 않은 눈 위의 몸놀림이다. 반전 운동이 극에 달했던 60년대 말 미국에서는 히피문화와 록음악, 그리고 스케이트보드가 젊은이들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러다가 스케이트보드에서 바퀴를 떼어 내 잔디와 모래밭에서 달리기 시작했고, 설원으로 옮겨지면서 스노보드가 제모습을 갖춰갔다. 70년대 말 국제스노보드연맹(ISF)이 결성됐다. 대한스키협회 정귀환 실무 부회장은 "스노보드연맹은 동호회 같은 느슨한 조직이었다. 그들은 제도권 스포츠가 할 수 없는 '희한한' 영역에 자유롭게 도전했다.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미국 기업들은 스폰서로 발 빠르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남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딴 숀 화이트(미국)는 열아홉 살 나이에 이미 7~8개 스폰서의 지원을 받는 백만장자다.

겨울 올림픽은 눈과 얼음이라는 특성 때문에 종목 수를 늘리기 쉽지 않다. 그러나 프리스타일 스키(에어리얼.모굴)와 스노보드 등 익스트림 스포츠 성격의 종목이 가세하면서 올림픽 정신에도 '자유''여유''끼'가 버무려졌다.

강인식 기자

▶스노보드 크로스=기록 경기가 아니라 네 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쇼트트랙과 산악자전거를 동시에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선수들은 각종 장애물이 설치돼 있는 1㎞ 코스를 달린다.

▶하프파이프=반으로 자른 듯한 원통형 슬로프에서 경기를 치러 하프파이프(Half-Pipe)란 이름이 붙었다. 5명의 심판이 기본동작, 회전, 기술 난이도, 착지, 테크닉 등 5개 부문에서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 1, 2차 시기 중 좋은 점수로 순위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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