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인권침해' 유엔에 낸 자료, 한국 변호인단이 건넸다

중앙일보

입력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건물에서 MH그룹이 8일(현지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관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미샤나 호세이니언 대표, 로드니 딕슨 변호사, 도태우 변호사 [제네바 김성탁 특파원]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건물에서 MH그룹이 8일(현지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관련 토론회를 열고 있다. 왼쪽 두번째부터 미샤나 호세이니언 대표, 로드니 딕슨 변호사, 도태우 변호사 [제네바 김성탁 특파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유엔 인권 관련 기구에 보고서를 제출한 ‘국제법무팀’ MH그룹이 해당 보고서 작성의 근거가 된 자료를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들은 당초 이들의 활동을 잘 알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으나 실제로는 협업을 해온 셈이다.

8일 제네바 유엔본부서 박 전 대통령 관련 토론회 개최 #딕슨 변호사 "한국 변호인단 자료 받아 보고서 만들어" #"잘 모른다"던 변호인들 반응과 달라…의사 소견도 전달 #조사권 가진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의 조치에 기대 #형사 변호인단 사임한 도태우 변호사 토론회 발제서 #검찰의 수사대상 협박 및 거래 의혹 제기해 논란일 듯 #"계속 이러면 옷 바꿔 입을 수도. 구치소 안 춥다" #보석 거부한 사법부와 국가인권회도 싸잡아 비난

 박 전 대통령의 구금 해제를 위한 대 유엔 업무를 담당하는 영국 로펌 소속 로드니 딕슨 변호사는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향후 대응 방향을 밝혔다. 한국을 방문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는 그는 유엔 기구에 제출한 자료를 누구로부터 받았느냐는 본지 취재진의 질문에 “직접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제공한 것을 받았는데, 거기에 박 전 대통령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한국 의료 전문가의 의견도 포함돼 있어 함께 제출했다”고 밝혔다.

CNN이 박 전 대통령의 인권침해 사례라고 보도한 내용은 한국 변호인단이 전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해당 의료 전문가가 누구인지에 대해 딕슨 변호사는 "현재로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샤나 호세이니언 MH그룹 대표 등은 9일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이 유엔본부에서 한국 인권상황에 대한 정기검토 회의를 하는 것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권침해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9일에도 회의장을 찾아 인권 관계자들을 상대로 여론전을 펼 예정이다.

MH그룹의 토론회는 현지 시민단체가 방을 대신 대여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가 적어 빈자리가 많았다.

MH그룹의 토론회는 현지 시민단체가 방을 대신 대여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참석자가 적어 빈자리가 많았다.

하지만 이보다 유엔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제출한 보고서에 기대를 걸고 있다. 딕슨 변호사는 "실무그룹은 조사 권한을 갖고 있어서 한국 정부에 대해 신속한 조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조사 후 해당 정부에 권고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데,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변호를 맡다 사임한 도태우 변호사는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검찰이 수사 대상자들에게 협박과 부당 거래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수사관이 원하는 답을 해주지 않고 사실을 말하는 피조사자에게 ‘당신 계속 이렇게 나오면 옷 바꿔 입고 나랑 만나는 수가 있다. 구치소 안은 좀 춥다'고 했다"며 “변호인 없이 검사가 단독으로 면담한 사건들이 있는데, 그때 주로 협박성 발언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제법무팀 MH그룹이 스위스 제네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할 예정인 토론회 안내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국제법무팀 MH그룹이 스위스 제네바 인권이사회가 열리는 장소에서 개최할 예정인 토론회 안내문

또 “집에서 뇌물이나 횡령금으로 추정되는 돈다발이 발견된 이나 부정행위 등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모두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는 것으로 태도를 바꿨다"고도 했다.

도 변호사는 최순실씨의 태블릿 PC 조작 의혹을 해외에서도 꺼내면서 "검찰은 원천적으로 태블릿의 흠결성을 지적하지 않아 사태가 커지도록 방치한 책임이 있다"는 말도 했다. “검찰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위법한 수사를 진행하고, 또 다른 위법 수집 증거로 나아가는 행태를 보여왔다"면서다.

그는 사법부와 국가인권위회도 모두 비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보석이 돼야 하고 고영태는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하는데 반대로 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반인권적 행태에 침묵해 인권 위기를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딕슨 변호사는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나 유·무죄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의 건강이 치료를 필요로 하는 만큼 구금 상태에서 풀려나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상황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차남 등을 변호한 전력이 회자되는 것과 관련해 그는 "전 세계에서 증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변호한 적이 있지만 우리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보호해주는 게 국제 규범이기 때문에 맡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사흘 앞둔 4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대한애국당 등 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및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사흘 앞둔 4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대한애국당 등 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촉구 및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집회를 벌이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 전 대통령이 수감자 6~7명이 사용하는 공간을 튼 독방을 쓰고 있고, 허리 통증 등 때문에 매트리스와 등받이 의자를 받아 일반 수감자보다 나은 대접을 받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MH그룹 미샤나 호세이니운 대표 등은 “박 전 대통령이 부각됐지만 우리는 일반 수감자들의 상황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가 개최된 유엔 본부의 공간은 MH그룹이 아니라 인권 운동가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제네바 현지의 시민단체가 대신 예약을 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MH그룹은 유엔본부가 인정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방을 빌릴 수 없어서다.
제네바=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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