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한번 불러봤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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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친구가 그러는데 아빠 계신데는 밥도 조금밖에 안주고, 잠자리도 추운 마루방이래요.
그래서 따뜻한 우리집안방에 모시고 싶은데 도와주세요』 발가락이 보이는 낡은 운동화를 신었다고 남학생들에게 놀림받는 중학생 딸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려고 꿔준돈 5천원을 받으러 갔다가 어이없이 살인을 한 죄로 광주교도소에 복역중인 아버지 유지동씨(42)를 도와달라고 아들 성훈군(11)이 중앙일보에 보낸 애끓는 편지.
『…중앙일보에 우리들 이야기가 나면서 (24일자) 성탄절엔 아저씨들이 운동화도 사주고 돈도 갖다 줬어요. 그러나 누나는 아저씨들이 돌아간 뒤 아빠 계신 곳이 너무 멀어 면회도 못간다며 울었어요. 저도 따라서 울었어요. 아빠가 보고싶어요』 어머니마저 일찍 여읜 문임양(15)·성훈군 남매는 아버지가 구속(지난해 9월)된 이후 미장원을 경영하는 이웃 양신순씨(36·여·제주시도남동960·금산미용실)부부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임양은 자신 때문에 「남과 싸워본 일 한번 없는 착한 아버지」가 어처구니없는 살인을 하고 감옥에 갔다는 죄책감에 떨며 두 손 모아 아빠의 석방을 빌고 있다.
아빠가 보고싶다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양씨등 주민들은 유씨를 제주 교도소로 이감시켜달라고 탄원까지 했으나 감감 무소식.
『그 애들이 아빠의 얼굴 한번 봤으면, 아빠라고 한번 불러봤으면 하는 하늘같은 소원을 들어주지 못하는 저의 처지가 자식 가진 어버이로서 가슴 찢어질듯 합니다』양씨의 두눈에 이슬이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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