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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건강여든간다] 올바른 식습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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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도비만.아토피피부염.주의력 결핍.틱장애…. 요즘 아이들을 괴롭히는 질환들이다. 감염과 영양결핍에 의한 질환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유형의 현대병이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다. 식습관의 변화와 환경 오염 등이 가져온 결과다. 어릴 때 건강은 평생 건강의 초석이다. 대한소아과학회와 공동 기획으로 '세 살 건강 여든 간다'를 5회에 걸쳐 소개한다.

◆ 식사 거부와 편식=초보 엄마 김O희(34.서울 서초구)씨는 아이만 보면 애가 탄다. 한끼 밥을 먹이기 위해 네살짜리 딸과 전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식사량이 적으니 성장이 더딘 것 같고, 혹시 거식증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실제 어려서 음식을 거부하는 행동은 성장하면서 신체.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한소아과학회 서정완 이화의대 교수(영양이사)는 "어릴 때 잘못 형성된 식사행태는 영양실조 또는 비만으로 이어져 당뇨.고혈압.고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을 부른다"고 말했다. 특히 철분.아연 같은 미량 영양소를 적절히 섭취하지 못할 경우 빈혈이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같은 증상이 올 수도 있다.

편식도 문제다. 특히 우유 편식의 경우 부모들이 자녀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우유는 전체 열량의 50%가 지방. 따라서 하루 500㎖ 이상 마실 경우 키가 크기보다 비만이 되고, 과도한 단백질 섭취가 신장에 무리를 줄 수 있다.

◆ 원인은 이유식부터=식사 거부가 곧 거식증은 아니다. 거식증은 신체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사춘기 이후 여학생이나 젊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현상. 따라서 4~5세 어린이의 음식 거부는 잘못된 식습관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초등학교 진학 후 편식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

식사 거부와 편식은 이유식을 접하는 생후 4~6개월부터 시작된다. 이유식은 새로운 음식 맛과 질감에 적응하는 과도기적 음식. 아기들은 수저로 떠먹고 씹어 삼키는 낯선 음식에 거부반응을 보이지만 차츰 적응한다. 하지만 제때 이유식을 못 하거나 잘 받아먹는 음식만을 먹이면 적응기간을 놓쳐 편식의 원인이 된다. 예컨대 설탕.소금으로 간한 이유식을 먼저 맛본 아기는 밋밋한 맛을 싫어하고 점점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된다는 것. 이는 성장해서 인스턴트 편식으로 이어진다.

식사를 할 때 아이를 다그치는 부모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안동현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이유식을 시작할 때 부모가 아이의 식사에 집착해 골고루, 많이, 똑바로 앉아 먹을 것을 강요하면 음식거부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스로 조절해야 할 먹는 본능을 부모에 의해 강제당한 어린이는 성장한 후에도 공부나 일상생활에서 자율성이 낮고, 부모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는다"고 강조했다.

◆ 올바른 식습관 형성=이유식은 평생 식습관의 바탕이 된다. 이유식을 통해 아기는 새로운 음식의 맛과 질감을 알고, 고체 음식을 씹어 삼키는 방법을 배운다.

부모의 태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주식은 우유나 이유식이 아니라 밥과 반찬이라고 생각하라는 것. '아이가 밥을 안 먹으니 우유라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 우유로 배가 부른 아이들은 밥을 더 안 먹는다. 식사 때마다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사정하는 일도 멈춰야 한다. 식사시간은 30분 이내로 정하고, 아이가 밥을 안 먹고 장난치거나 먹기 싫어할 때는 과감히 상을 치워야 한다. 자녀 혼자 TV나 비디오를 보며 밥을 먹게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 식사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주일 정도 쓰다 보면 아이가 먹는 음식이 몇 가지에 집중돼 있는지, 어떤 영양소가 부족하거나 넘치는지를 알 수 있다.

고종관 기자

# 사례1 -정O훈(남.5세)

.엄마의 고민:식탁에 앉아 얌전히 밥을 먹는 적이 없다.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억지로 두세 수저 떠 넣는 데 2시간이 걸린다. 가끔 밥을 뱉는 것을 보면 거식증이 걱정.

.진단:신장.체중이 정상이고, 체형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거식증은 아니다. 식사만을 싫어할 뿐 간식이나 밖에서는 잘 먹으므로 나쁜 식습관이 문제.

.처방:식사시간을 30분 내로 줄이고, 직접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부모의 양육태도 개선이 필요하다.

# 사례2 -이O민(남.7세)

.엄마의 고민:스스로 밥을 먹지 않고, 억지로 입에 넣어줘야 겨우 삼킨다. 대신 우유는 하루 1ℓ 이상 마신다. 목이 마를 때도 물 대신 우유를 찾는다.

.진단:이유식 시작이 늦어져 씹어먹는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유 편식이다.

.처방:우유를 하루 0.5ℓ로 줄인다. 유동식을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이나 비만이 올 수 있다. 치즈 같은 유제품을 먹일 땐 그만큼 우유를 줄인다. 아이가 배고픈 상황에서 음식의 모양과 색을 예쁘게 만들어 관심을 끌어본다.

# 밥 잘 먹는 아이, 이유식 습관이 결정한다

.분유를 먹는 아기는 4~6개월, 모유 아기는 6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한다.

.쌀 미음을 시작으로 1주마다 한 종류 식품을 추가해 하루에 한 번, 소량을 수유 중간에 먹인다.

.아기가 새 음식에 적응하면 채소나 고기 등 씹는 음식을 추가해 이유식 횟수를 늘린다.

.8개월부터는 하루 세 번 이유식을 하고, 수저를 손에 쥐는 것이 익숙해지도록 한다.

.돌 이후엔 밥과 반찬을 주식으로, 가급적 수저를 사용토록 한다.

.아이가 울 때마다 먹을 것을 주면 커서 먹는 것에 집착할 수 있다.

.싫어하는 음식은 잘게 썰어넣어 보이지 않게 요리한다.

.식사시간엔 TV를 끈다.

.다양한 색의 그릇과 수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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