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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빈 초청해 놓고 "미·중 균형" … 야당 "아마추어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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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골프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앞)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5일 오후 가스미가세키 골프장에서 서로 주먹을 맞대는 인사를 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골프 회동을 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8일 국빈 방문에 앞서 돌출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미·중 정상과 회담 전 자충수 논란 #3No, 중국 요구 들어주는 데 급급 #미국에 한국 외교 혼선 느낌 줄 듯 #균형외교, 중국과 관계개선 부각 #한·미 동맹 강조하는 미국선 거부감 #야당 “대통령, 광해군 코스프레 하나”

대표적인 게 이른바 한국 정부의 ‘3No 원칙’이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참여하지 않고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을 푸는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제시한 원칙이다. 사드 갈등을 봉합하는 데는 기여했지만 외교적으로 미묘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강 장관이 이런 입장을 밝힌 직후 중국은 곧바로 이를 ‘3불(不) 약속’으로 격상시키려 했다. 이에 한국 정부가 부랴부랴 중국에 항의해 ‘약속’이란 표현을 ‘입장’으로 바로잡았다.

이 3No 원칙을 놓고 이번에는 미국이 예사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일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이 확정적(definitive)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인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3No 원칙을 한국의 ‘주권 포기’로 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싱가포르 언론인 채널뉴스아시아(CNA)와의 인터뷰에서 3No 원칙 중 하나인 ‘한·미·일 군사동맹’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가) 3국 군사동맹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3No에 대한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데 급급하다가 한·미 정상회담의 중요성을 잘 보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첫 한·미 정상회담 때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진전된 한·미·일 간의 군사협력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는데, 우리 외교가 왔다갔다 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6월 30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번째 정상회담 뒤 공개된 ‘한·미 공동성명서’에는 “양 정상은 (한·미·일) 3국 안보 및 방위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양 정상은 기존의 양자 및 3자 메커니즘을 활용함으로써 이러한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돌출한 이슈는 또 있다. 문 대통령은 CN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중시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도 더더욱 돈독하게 만드는 균형 있는 외교를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미·중 균형외교’라는 표현은 한·미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듣기 좋은 표현이 아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목전에 두고 문 대통령이 ‘균형외교’를 굳이 부각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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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상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5일 “문재인 정부는 군사주권에 제3국(중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례를 만들었다”며 “문 대통령은 시대착오적인 광해군 코스프레를 즉각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미·중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실현하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안보라인이 미숙함을 드러냈다”고 했다. 바른정당에선 “(3No원칙은 중국에 백기 든) 삼전도의 굴욕이다. 동맹을 무시하는 설익은 선언”이라고 논평했다.

이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며 “참여정부 때 얘기했던 균형자론과는 다른 얘기”라고 진화에 나섰다. 노무현 정부 당시의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중국 등 동북아의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 정부가 균형을 잡고 한반도 문제에 주도적 목소리를 내겠다는 정책 방향이었다.

한·미·일 군사동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때 개최된 한·미·일 3국 정상 업무오찬 때도 문 대통령은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는 입장을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명확히 밝혔다고 한다. 한 청와대 핵심 인사는 “한·미·일 군사동맹의 전제는 일본이 개헌을 통해 전쟁 가능한 나라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찬성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미 간 엇박자로 보일 수 있는 사안이 잇따라 돌출하면서 청와대의 ‘변수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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