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늘로써 박근혜 당적 사라져" 처음 강제출당된 전직 대통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번째 되풀이 된 대통령 탈당 …강제 출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처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출당(黜黨)을 결정했다.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란 끝에 홍 대표가 결정하기로 정리된 후 8시간  여 만의 결론이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혹은 퇴임 후 소속 정당을 떠난 일곱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87년 헌법 체제에서의 모든 대통령의 말로였다. 대개 떼밀리어서 탈당하곤 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출당까지 당했다는 점에서 첫 사례다.

처음으로 탈당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1988년 11월 23일 국민에 대한 사과 담화를 발표한 후 탈당계를 작성해 28일 오후 민정당에 제출했다. 전 전 대통령은 탈당계에 ‘본인은 민주정의당을 탈당합니다’라고 쓰고 ‘88년 11월23일 전두환’이라고 자필 서명했다.

1995년 12월 2일 5.18 검찰조사 관련 대국민성명 발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1995년 12월 2일 5.18 검찰조사 관련 대국민성명 발표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중앙포토]

87년 헌법 체제의 첫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14대 대선을 석 달 앞둔 1992년 9월 민자당 명예총재직을 내려놨다. 민자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영삼(YS) 전 대통령과의 갈등이 결정적이었다. 대선후보가 된 YS은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 등 민정계를 밀어내고, 민주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와 결혼한 최태원 SK 회장 측에 이동통신 사업권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영향을 끼쳤다.

노태우 대통령이 1992년 10월 5일 오전 민정당사를 방문, 탈당계를 정식 제출한뒤 김영삼 총재, 박태준 최고위원등 당직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중앙포토]

노태우 대통령이 1992년 10월 5일 오전 민정당사를 방문, 탈당계를 정식 제출한뒤 김영삼 총재, 박태준 최고위원등 당직자들의 환송을 받으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중앙포토]

그랬던 YS도 탈당 압박을 피해가지 못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회창 전 총재는 그해 10월 YS의 탈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전 총재는 “김 대통령이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관리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당적을 떠나 객관적 처지에서 이번 선거를 관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또 “저의 경선자금은 물론 92년 대선 자금에 관한 의혹도 불법이 있다면 검찰이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며 YS을 정면 겨냥했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이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밝힌 게 갈등을 폭발시킨 계기였다. YS 측는 “대선의 공정 관리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신한국당 당적 보유 문제는 관계가 없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그해 11월 탈당했다.

1997년 9월 22일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오전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과 검찰의 김대중 총재 비자금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1997년 9월 22일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오전 여의도 신한국당 당사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명예총재인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과 검찰의 김대중 총재 비자금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이른바 ‘홍삼트리오’로 불린 세 아들의 비리 의혹이 확산되자 2002년 5월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DJ는 훗날 자서전에 그 시절을 “아들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대 거듭 사과했다. 그렇게 내 정치 인생이 담겨 있었던 민주당을 떠났다”며 “마냥 혼자 있고 싶었다. 우리(DJ와 이희호 여사)는 서로 말을 하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앉아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차례나 탈당하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9월 열린우리당이 창당되자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을 떠나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하지만 임기 말 레임덕으로 인한 권력 누수와 함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여권 내부에서 탈당 압박이 가시화됐다. 탈당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결국 2007년 2월 대선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겠다며 탈당을 선택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2월 28일 정태호 정무비서관을 통해 송영길 사무 총장에게 제출한 열린우리당 탈당 신고서. [중앙포토]

노무현 대통령이 2007년 2월 28일 정태호 정무비서관을 통해 송영길 사무 총장에게 제출한 열린우리당 탈당 신고서. [중앙포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당적을 유지하는 걸 대통령 문화를 바꾸는 길 중 하나로 여기곤 했다. 그러나 퇴임 후 4년 만인 올 1월 친이계와 비박계 등 일부 의원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하자 자신도 당적을 정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새해 첫날 국립현충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직 대통령이 이만큼 했으면 오래 했지 않았느냐”면서 “정치색을 없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랐다면 자발적으로 탈당이란 점이다.

유성운·백민경 기자 pirat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