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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탐방로에 조각 난 국립공원…평균 1.5㎢에 불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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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국립공원의 탐방로. 등산객들의 발길에 토양이 침식되고 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북한산은 탐방로로 잘게 쪼개져 조각 하나의 면적이 0.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산국립공원의 탐방로. 등산객들의 발길에 토양이 침식되고 나무 뿌리가 드러났다. 북한산은 탐방로로 잘게 쪼개져 조각 하나의 면적이 0.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국립공원이 도로와 탐방로로 조각조각 나면서 반달가슴곰 등 대형 포유류가 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연합은 북한산·설악산·지리산 등 전국 16개 산악형 국립공원의 파편화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국립공원 3173.618㎢ 면적이 도로와 탐방로 때문에 모두 2124개 조각으로 잘게 쪼개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2일 밝혔다.
이들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와 탐방로의 길이는 모두 2327.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하고, 현장조사를 통해 보완했다고 녹색연합 측은 설명했다.

 지리산을 관통하는 성삼재길의 휴게소. 전국의 국립공원이 파편화돼 대형 야생동물이 서식하기에 부적합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녹색연합]

지리산을 관통하는 성삼재길의 휴게소. 전국의 국립공원이 파편화돼 대형 야생동물이 서식하기에 부적합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녹색연합]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은 전체 면적이 76.922㎢이지만 모두 275개 조각으로 나뉘면서 조각 하나의 면적이 평균 0.28㎢로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등산 국립공원은 조각 하나의 면적이 평균 0.41㎢, 계룡산 0.65㎢, 태백산은 0.83㎢ 등이었다.
대체로 도시 인근에 위치해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국립공원일수록 파편화가 더 심하게 진행됐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도로와 탐방로 [자료 녹색연합]

지리산 국립공원의 도로와 탐방로 [자료 녹색연합]

북한산국립공원의 탐방로와 도로 [자료 녹색연합]

북한산국립공원의 탐방로와 도로 [자료 녹색연합]

국립공원 면적이 가장 넓은 지리산의 경우도 전체 면적 483.022㎢가 152개 조각으로 나뉘면서 평균 면적이 3.18㎢에 그쳤고, 설악산은 평균 3.56㎢, 오대산은 평균 3.47㎢였다.
16개 국립공원 전체로는 조각 하나의 면적이 평균 1.49㎢에 불과했다.
면적이 50㎢가 넘는 조각도 16개 공원에서 7곳뿐이었다. 오대산이 2곳이었고, 설악산·지리산·덕유산·월악산·소백산이 각 1곳이었다.
이 같은 면적은 대형 포유류 등의 활동 범위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포유류인 반달가슴곰의 경우는 행동범위가 24~200㎢에 이르고, 담비는 22~60㎢인 것으로 관련 학자들은 보고하고 있다.

녹색연합, 16개 산악형 국립공원 분석 #3174㎢ 면적이 2327㎞ 도로에 조각 나 #275 조각 난 북한산은 평균 0.28㎢ #"대형 포유류 서식에 부적합한 수준" #이동통로 설치나 자연휴식년제 필요

또 멧돼지는 5.1㎢, 삵은 3.7㎢, 오소리 1.2㎢, 너구리 0.8㎢ 등이다.
탐방로와 도로가 서식지를 단절시켜 대형 포유류의 생존을 힘들게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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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배제선 자연생태팀장은 "서식지 파편화는 야생동물이 기피하는 가장자리 지역을 증가시켜 서식지를 많이 감소시키는 영향을 가져온다"며 "복원 중인 지리산 반달가슴곰과 탐방객 충돌도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이상돈 교수는 "생태계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데는 작은 서식지 여럿보다는 큰 서식지 하나가 더 중요하다"며 "생태이동 통로를 통해 서식지를 연결하고, 자연휴식년제를 통해 탐방로를 일시 폐쇄하는 등의 조처로 야생 동물 서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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