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위성이 내년 3월 말 창설 예정인 ‘일본판 해병대’를 일본 본토 이외에 오키나와(沖繩) 주일미군 기지에도 배치할 계획이라고 아사히신문이 31일 보도했다.
일본은 이도(離島·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섬) 방어를 위해 육상자위대 내에 해병대 역할을 하는 병력 2100명 규모의 ‘수륙기동단’ 창설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방위성은 이 부대를 나가사키(長崎)현아이노우라(相浦) 자위대 주둔지에 배치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2020년대 전반기에 부대 규모를 키워 오키나와 미 해병대 기지인 캠프한센에도 배치한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일 양국이 현재 이 같은 배치 계획을 놓고 조율 중”이라며 “주일미군 재편 계획에 따라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 일부 병력이 미국령 괌으로 이전한 뒤 (자위대 이동 배치를)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에 상륙 전력을 배치해 유사시 즉시 투입할 계획이다. 또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한 억지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이 인공섬과 비행장 등을 건설해 군사 기지화하고 있는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대한 견제 목적도 있다고 아사히는 평가했다.
미일 양국은 지난 8월 외무·국방장관 '2+2 회담' 직후 가진 공동발표 때 “스프래틀리 군도를 포함한 남중국해에서의 자위대 역할 강화와 주일미군 기지의 공동 사용 촉진에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육상자위대 내 2100명 규모 수륙기동단 창설 #나가사키 주둔 병력 이외 600명 부대 신설 계획 #유사 시 센카쿠 열도에 상륙 전력 투입 가능 #남중국해서 중국 영향력 강화 경계 목적도 #미 해병대 병력 4000명은 2020년대 괌 이전
방위성에 따르면 앞으로 수륙기동단의 사령부와 2개 수륙기동연대가 아이노우라에 주둔할 예정이다. 오키나와에는 600명 규모의 별도 연대를 만들어 배치할 방침이다.
미일 양국은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위대 이동배치를 지난 2006년부터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미 해병대 병력 가운데 9000여 명을 이전하는데 합의했다. 이 가운데 4000여 명이 2020년대 전반기에 괌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이동배치 계획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