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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만 따르는 옷 살 거면 왜 서울까지 오겠어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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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레아 킴

레아 킴

“당장 유행을 따르는 옷은 파리·밀라노·뉴욕 등등 세계 어디에서나 넘친다. 그런 걸 사러 서울까지 올 필요가 있을까. ”

한국계 해외 패션 바이어 레아 킴 #서울패션위크서 K패션 미래 조언 #“독창성·창의성에 품질도 갖춰야”

10월 17일부터 닷새간 열린 2018 봄·여름 헤라 서울패션위크에 세계 패션 시장의 진짜 ‘인플루언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니스 뉴욕 백화점의 레아 킴(44·사진) 여성복 부사장도 그 중 하나다. 20년간 패션업계에 종사하며 새로운 디자이너와 브랜드를 ‘발굴’하는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른 한국계다. 패션위크가 한창이던 10월 21일 그를 만나 K패션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눈에 띄는 한국 디자이너가 있나.
“‘블라인드니스(Blindness)’의 신규용·박지선 디자이너다. 그들 쇼는 굉장히 독창적이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로부터 영감을 얻는 게 보인다. 그런데 블라인드니스는 어디서 가져온 게 아니라 완전히 자신만의 목소리가 있다. 특히 성 정체성에 과감하게 열려 있다. 블라인드니스라는 이름이 눈 앞에 보이는 성에 대한 편견이나 벽에 눈을 감으라는 의미겠구나 싶을 정도다. 젠더리스를 추구하는 지금 패션 무드와도 잘 맞는다.”
낯선 한국 디자이너가 세계 무대에서 성장하려면 뭐가 중요할까.
“당연히 독창성과 창의성이다. 다른 것과 비슷하면 절대 안 산다. 디자이너 스스로의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하나 더 꼽자면 품질이다. 간혹 디자인에 비해 퀄러티가 그닥 좋아 보이지 않는 한국 브랜드가 있더라. 패션쇼는 미디어를 위한 행사라 감성적이고 환상을 주기만 하면 성공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아니라 바이어는 현실을 생각한다. 고객이 살까 말까를 따져 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매장에 왔을 때 가장 처음에 하는 게 뭔가. 바로 만져 보는 거다. 거기서 만족하지 못하면 입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서울에 올 때마다 꼭 찾는 장소가 있나.
“청담동 명품거리를 가곤 한다. 다만 다른 대도시에서는 럭셔리 매장이 모여 있는 곳에 그 나라 브랜드가 꼭 있는데 서울 명품 거리에는 한국 브랜드가 없다. 이 도시만의 트렌드를 찾기 어렵다는 면에서 아쉽다.”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 서울디자인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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