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욕설 경연장 된 민주 '黨無'회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민주당의 신당 논의가 돌고 돌아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28일 민주당은 꼬박 12시간에 걸쳐 당무회의를 열었으나 신.구주류 간 입장차를 한치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오전에 양측은 "상놈의 ××" "×같은 ××들" "호로××" "배신자" 등 원색적인 욕설을 주고받으며 극심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마치 욕설 경연대회를 방불케 했다. 멱살잡이도 서슴지 않았다.

◇"오늘 끝장을 보자"=회의장엔 아침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김원기(金元基)고문 등 신주류 측 당무위원 30여명은 회의 예정시간(오전 9시)보다 30분 일찍 회의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표결 처리를 작심한 듯 정대철(鄭大哲)대표의 좌.우측 좌석들을 선점했다. 그러나 鄭대표 옆자리에 앉았던 천용택(千容宅)의원은 "언제 최고위원이 됐느냐"는 면박 속에 박상천(朴相千)최고위원에게 자리를 넘겼다.

이후 신.구주류 측 의원 보좌관과 당직자 등 1백여명이 뒤엉킨 회의장 곳곳에선 "개××" 등의 욕설이 오갔다. 당원들의 호위 속에 鄭대표가 입장해 "장내를 정리하겠다"고 말하자 분위기는 더욱 거칠어졌다.

구주류의 정균환(鄭均桓).김옥두(金玉斗)의원 등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회의장에 깡패××들을 동원해 놓고 무슨 정리냐.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며 회의 공개를 요구했다.

신주류 김태랑(金太郞)최고위원이 자리를 박차며 "나쁜 ××들. 이게 무슨 짓이냐"고 맞받았고 회의장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됐다.

▶유용태=김태랑 이 ××야. 민주당을 오래 한 사람이라는 게….

▶김태랑=쌍놈의 ××. 네가 그런 말할 자격 있어.

▶유용태=배신자야. 너 끝나고 보자.

▶정균환=김태랑! 당직자 팔아먹지 마라.

▶김태랑=너 정균환이 정신차려. 개××야. (유용태 의원에게)그러려면 한나라당 가서 해. 내일 배지를 못달아도 바르게 살자.

구주류 측 부위원장이 金최고위원을 끌어내려고 해 몸싸움도 벌어졌다. 방송실에서 누군가 당가를 틀어 소란은 극에 달했다.

이협(李協)최고위원은 "어떻게 만든 당인데 국민 앞에서 이런 난장판을 보이느냐"고 소리쳤고, 양윤녕 홍보국장과 박종윤 청년국장은 鄭대표 맞은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오늘 표결 않는다고 약속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표결하자" "안된다"=소란 끝에 오전 10시30분쯤 회의장은 가까스로 정리됐다. 비공개 회의에서 이해찬(李海瓚)의원은 김원기.정동영.정세균.신기남.천정배 등 신주류 의원 20명의 서명을 받은 '신설합당 방식의 통합신당 창당을 위한 전당대회 소집 안'을 제안했다.

신기남.장영달 의원 등 신주류 측은 "절차대로 표결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구주류 측 박상천 최고위원 등은 "신설합당이 되면 민주당은 소멸된다"며 "몸을 던져서라도 표결을 막겠다"고 반대했다. 비공개회의 역시 중간중간 고성이 오갔다.

구주류 측 인사들은 "정대철! 표결하면 오늘 죽는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때 회의장을 나온 이상수(李相洙)사무총장이 "정치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논란 끝에 鄭대표는 오후 9시쯤 '신.구주류 각각 두명과 자신을 포함한 5인회의에서 9월 4일까지 다시 한번 대타협안을 논의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마라톤 회의를 끝냈다.

하지만 회의 후에도 9월 4일이란 시한에 대해 신주류 측은 "타협이 안돼도 그날은 표결하겠다는 의미"라고 한 반면, 구주류 측은 "논의 시한을 정한 데 불과하다"고 엇갈린 해석을 해 또 다른 불씨가 되고 있다.

박승희.박신홍 기자<pmaster@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chang6@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