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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故 김주혁의 'G바겐', '가장 튼튼한 차' 타이틀과 달리 안전등급 전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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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혁 씨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사고가 난 김씨의 차량은 자동차의 '기둥' 역할을 하는 각 필러가 심각하게 휜 모습이었다.

베우 김주혁씨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차량 전복 사고로 사망했다. 현장 사진(왼쪽)과 김주혁씨. [사진 독자 제공, 중앙포토]

베우 김주혁씨가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차량 전복 사고로 사망했다. 현장 사진(왼쪽)과 김주혁씨. [사진 독자 제공, 중앙포토]

고(故) 김주혁 씨는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삼성동 아이파크 앞에서 그랜저 승용차와 추돌했다. 김씨가 당시 탑승한 차량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G63 AMG 차량으로, 흔히 'G바겐'으로 불린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그랜저와 부딪힌 후 G바겐은 인도로 돌진해 아파트 벽면과 부딪혔다.

[사진 유튜브 캡처]

[사진 유튜브 캡처]

사고 직후, 경찰은 '김씨가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씨가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던 행동이 사고로 비롯됐는지,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에 대한 부검 결과, 심각한 두부 손상이 직접적인 사인이라는 소견을 내놨다. 김씨의 머리 손상이 즉사 가능 수준으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美 IIHS, NHTSA 뿐 아니라 Euro NCAP 안전등급도 없어

이에 정차했던 차량이 가속하며 발생한 추돌·전도 사고로 이같은 파손 정도를 보인 것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G바겐은 오랜 역사와 튼튼한 프레임 구조로 '가장 튼튼한 차', '가장 터프한 차' 등의 수식어가 함께 해왔다. 메르세데스는 과거 G바겐이 충돌 테스트장의 벽을 부수며 뛰쳐나가는 광고를 통해 차량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광고 속 G바겐은 방호벽을 뚫고 나가서도 멀쩡한 모습이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사진 유튜브 캡처]

하지만 중앙일보 확인 결과, G바겐은 미국의 IIHS(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 NHTSA(미국도로교통안전국)나 유럽의 유로 NCAP(Euro NCAP, 유럽신차평가프로그램) 등 각종 국제기관에서 받은 충돌 등급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관들의 안전 평가 등급이 국내 판매를 위한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차량이 '미국과 유럽의 객관적이고도 엄격한 충돌테스트 결과를 거친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G바겐은 각진 외형과 '튼튼하다'고 알려진 프레임 구조를 내세워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IIHS, NHTSA, Euro NCAP 등 해외 기관의 충돌 테스트나 우리나라의 KNCAP 충돌 테스트는 의무 조항은 아니다. 하지만 각 브랜드들은 국가별·기관별로 조금씩 다른 충돌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의 경우, 이같은 충돌 기준을 이유로 내수용·수출용 차별 논란이 일었을 정도다. 이들 기관에서 실시한 충돌 테스트 결과가 소비자의 신뢰를 좌우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측은 "브랜드 자체적인 충돌 테스트는 실시 중"이라며 "자체 테스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이를 공개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가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 NHTSA(미국도로교통안전국) 홈페이지]

[사진 NHTSA(미국도로교통안전국)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 사고 당시 촬영 사진을 보면, 차량의 '기둥' 역할을 하는 필러(Pillar)들은 휘어진 모습이다. 앞유리 쪽의 A필러와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 B필러가 모두 맥없이 휘어진 것이다. 파손 정도로만 봐서는 저속으로 달리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다.

때문에 충돌 당시 차량이 순간적으로 높은 출력이나 토크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심근경색이 발생한 후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인 추정과 별개로 차량이 이같이 파손된 과정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발생한 G바겐의 사고 사례. [사진 유튜브 캡처]

해외에서 발생한 G바겐의 사고 사례. [사진 유튜브 캡처]

G63 AMG는 최고출력 571마력, 최대토크 77.5kg.m의 5.5리터 V8 엔진으로 공차중량 2.6톤의 육중한 차량이지만 제로백(0~100km/h 도달시간)은 5.4초에 불과하다. 또, 그랜저 차량 운전자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추돌 후 김씨가 가슴을 움켜잡더니 김씨 차량이 돌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해당 차량이 어떻게 갑작스럽게 아파트 벽면을 들이받게 됐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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