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과 달라진 주중 대사관 리셉션 … 중국 측 외교차관보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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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7일 저녁 베이징의 주중 한국대사 관저에서 국경일 리셉션이 열렸다. 국군의 날과 개천절이 포함된 10월에 각 해외 공관이 주재국 고위 관리 등 내외빈을 초청해 베푸는 의례적 행사지만 올해 주중 대사관의 리셉션만큼은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이 주빈(메인 게스트)을 파견하지 않는 ‘의도적’ 외교 결례를 범한 전례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는 중국 측 주빈의 격이 미리부터 관심사로 떠올랐다. 시진핑(習近平) 2기 체제 출범 직후란 시점과 맞물려 한·중 관계 설정에 대한 중국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부국장급 보내는 결례 #과거 장·차관급보다는 격 낮아

중국 측은 이날 차관보급인 천샤오둥(陳曉東) 외교부 부장조리를 보냈다. 노영민 주중 대사와 함께 단상에 오른 천 부장조리는 축사에서 “한·중 양국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관심사항을 배려하면 현재 직면하고 있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아야 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주빈 없이 일반 참석객에 섞여 외교부 부국장급을 보냈던 것과 달리 의전의 격식을 제대로 갖춘 것이다.

앞서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현재 양국 관계 발전이 맞닥뜨린 장애물을 한국과 함께 극복하길 원한다. 각 분야에서 우호관계를 점차 회복하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며 양국 관계 개선의 뜻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 갈등이 발생하기 이전 한·중 관계가 양호했던 시절에 비하면 이날 주빈의 직급이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가 중국군 열병식을 관람했던 2015년의 경우 중국 측은 의전서열상 장관급인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장을 보냈다. 그 전해에는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차관에 해당)을 주빈으로 보냈다.

이날 리셉션 환영사에서 노 대사는 “한·중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시킬 수 있도록 고위 인사들의 상호 방문 조기 실현에 ‘마부정제(馬不停蹄, 달리는 말은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의 자세로 헌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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