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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시간' 탄핵 보충의견 냈던 이진성 헌재소장 후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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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지명된 이진성(61‧사법연수원 10기) 헌법재판관은 2012년 9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재판관 임기(6년)는 내년 9월 19일까지로 약 11개월 남았다. 임명일과 나이 순으로 정해지는 재판관 서열에서도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다음이다.

"법률가는 정의로 산다" 강의하기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 #보충의견에 '대통령 불성실' 지적

부산 출신인 이 후보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법원행정처 차장과 서울중앙지방법원장, 광주고등법원장을 지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세 차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대법관 제청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명했을 당시 법조계에서는 그를 보수 성향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헌재 내부에서는 이 후보자를 “합리적”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 2015년 11월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학술특강의 강연에서 그의 철학과 소신이 공개된 적이 있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성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성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특강에 참석했던 이들에 따르면 이 재판관은 강연에서 “법률가는 정의로 산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관은 정의를 추구하고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방해는 헌법과 법률로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률가의 역할은 실질적인 법의 내용이 법리적으로는 이상이 없을지 몰라도 국민의 법 감정과 차이가 있을 때 그 간극을 잘 메울 수 있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고 한다.

이 재판관의 이런 소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구체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 재판관은 지난 3월 탄핵심판 선고 때 김이수(64‧9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함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명시하는 보충 의견을 냈다. 당시 헌재는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의 불성실 직무수행 부분은 파면 사유까지는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이 재판관과 김 권한대행은 의견이 달랐다. 파면 사유는 아니더라도 성실직무수행의 의무를 방기한 점은 맞다는 게 이들이 낸 보충의견이었다.

이 재판관과 김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에도 관저에 머문 것은 그 자체로 대통령의 불성실함을 드러낸 징표”라고 밝혔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구명조끼 입은 학생들을 발견 못하느냐’고 묻는 등의 지시 내용에 대해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려는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구체성이 없는 지시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진정한 국가 지도자는 국가 위기의 순간에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함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과 아픔을 함께 하며, 국민에게 어둠이 걷힐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또 2014년 2월 헌재가 옥외집회를 48시간 전 경찰에 신고하도록 한 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을 때 이정미·김이수·강일원 재판관과 함께 '한정 위헌' 의견으로 반대편에 섰다. 2015년 5월 국가보안법의 '이적표현물 소지 금지' 위헌 심판 합헌 결정 때에도 김이수·강일원 재판관과 함께 위헌 소수의견을, 2015년 3월 '대통령 비하' 군인을 상관모욕죄로 처벌한 법 규정이 합헌이라고 본 사건에서도 김이수·강일원 재판관과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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