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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어록 배우기, 당장 1만7000자 베껴쓰기 … 개인숭배 커져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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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시진핑의 신시대 <3> 우상화 조짐

‘시진핑(習近平) 신시대 사상’과 함께 19차 당대회에서 ‘양학일주(兩學一做)’란 용어가 새롭게 당장(黨章)에 명기됐다. 시진핑 집권 이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자성어라 할 수 있는 이 용어는 ‘두 가지 공부로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는 뜻이다. 두 가지 중 하나는 당장, 다른 하나는 시진핑 동지의 중요 연설문, 즉 시진핑 어록이다. 그 두 가지를 공부해 훌륭한 당원이 되자는 게 양학일주 캠페인이다.

문혁 반성, 숭배금지 조항 있지만 #마오에만 쓰던 ‘영수, 총설계사’ #시 주석 호칭으로 공공연히 쓰여 #시진핑 사상, 교과서에도 넣기로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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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캠페인이 퍼지면서 8900만 명을 헤아리는 당원은 물론 입당을 꿈꾸는 예비당원 대학생들까지 1만7000자 분량의 당장을 열심히 베껴쓰는 운동이 일어났다. 더구나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정식으로 들어갔으니 공산당원들은 시진핑 사상을 달달 외울 정도가 돼야 한다. 당장 수정안을 통과시키며 발표한 결의문에서도 “시진핑 신시대 사상으로 두뇌를 무장하고 실천을 지도하며”란 부분이 나온다.

시진핑 사상은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수록될 예정이다. 막연한 예상이 아니라 천바오성(陳寶生) 중국 교육부장(장관)이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내용이다. 중국 교육당국의 복안으론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터 시진핑 신시대 사상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물론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집’을 상시 휴대하고 다녀야 했던 1960년대 문화대혁명기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의 사상 학습 캠페인은 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 대륙에서 가장 강도가 센 것이다.

이번 당대회 참가자들이 시 주석을 표현한 용어에서도 심상치 않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19차 당 대표들은 시진핑에게 ‘영수(領袖)’나 ‘조타수’ 혹은 ‘총설계사’란 별칭을 썼다. 영수와 조타수는 마오쩌둥에게 사용하던 용어다. 특히 영수란 말은 ‘개인숭배’의 뉘앙스가 강해 덩샤오핑 시대 이후에는 터부시된 말이었으나 지난해 10월 인민일보 계열의 잡지인 인민논단이 “시 주석이 당 간부와 국민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영수로 인정받고 있다”고 쓴 뒤 사용 빈도가 잦아졌다.

이번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핵심 측근인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서기는 공개적으로 “시진핑 동지는 신시대의 총설계사(디자이너)”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다. 총설계사는 덩샤오핑을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라고 칭할 때만 쓰던 용어다.

76년 마오쩌둥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이후 개인숭배를 모든 오류의 근원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개인숭배 금지는 80년대 초 제정한 중국 공산당 당내생활준칙(당장 다음 가는 규범)에 명문화됐다.

특히 문혁 때 수난을 겪었던 세대나 그 가족들은 개인숭배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지난해 5월 문혁 시기의 1인 우상화 공연을 연상시키는 노래와 춤으로 채워진 10대 소녀 악단 ‘56꽃송이’ 공연에 시진핑 주석의 사진이 등장하고, 이 공연에 공산당 선전부가 관여한 사실이 알려지자 혁명 원로 마원루이(馬文瑞)의 딸이 중앙판공청에 비판 서한을 보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1인 숭배를 연상케 하는 기류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시기적으로 시진핑 집권기와 일치한다. 반부패 사정 등을 통해 권력이 강고해진 덕분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1인 숭배는 중국인들에게 문혁 시절의 아픈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내부서도 우려가 있다”며 “시 주석이 수위 조절은 하겠지만 과도한 권력집중이 나타나면 추후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서유진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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