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KAI에 373억 지급" 판결…감사원 결과 뒤집혀

중앙일보

입력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54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감사원 감사결과를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감사원, 2015년 "KAI 부당이득" 발표 #협력업체 투자금 원가 반영 문제 삼아 #법원, "방사청과 합의 따라 적법" 판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부장 윤성식)는 KAI가 국가를 상대로 수리온 개발에 들어간 투자금과 물품대금 등을 달라며 낸 소송에서 “국가가 373억689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2006년 5월 방위사업청은 군의 노후 기동헬기를 대체하는 수리온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KAI 등 23개 국내·외 방산업체와 기술개발 계약을 맺었다. KAI가 협력업체들과 하도급 계약을 맺고 기술개발부터 제품 제조까지 총괄하는 형태였다.

수리온 헬기. [중앙포토]

수리온 헬기. [중앙포토]

사업 개발 단계에서부터 자금 조달 문제가 생기자 방사청은 체계개발사업 기간(2006~2012년)에는 개발비와 기술이전비의 80%를 지급하고, 양산사업기간(2012~2021년)에 나머지 금액에 이자를 붙여 ‘개발투자 및 기술이전 보상금’의 명목으로 주기로 했다. KAI가 방사청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아 나머지 업체에 전달해주는 ‘중개 역할’도 맡았다. KAI를 통해 업체들에 전달된 보상금은 총 3036억원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2015년 10월 “KAI가 방사청으로부터 다른 업체의 보상금 547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KAI가 하도급 업체들이 받기로 한 보상금을 자사의 재료비 등 제조원가에 포함해 더 높은 관리비와 이윤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KAI는 “방사청과 체결한 합의서와 원가 계산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감사원은 KAI의 경영 비리 등을 지적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성용 전 대표 등 KAI 경영진들은 원가 부풀리기,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하성용 전 대표 등 KAI 경영진들은 원가 부풀리기, 채용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연합뉴스]

국가는 감사결과를 토대로 KAI가 챙긴 부당이득을 환수해야 한다며 대금 지급을 거절했다. 결국 KAI는 지난해 2월 “감사원 감사결과 때문에 받지 못한 돈 373억689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KAI가 방사청과 맺은 ‘개발투자 보상에 관한 합의’ 등에 따르면 하도급 업체들이 받아야 할 보상금도 결국 수리온 제조원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방위사업청도 2012년 이같은 내용의 조사를 벌여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고 대금을 지급해왔다가 감사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부당이득을 돌려받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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