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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시절 만든 과자, 국민간식이 된 비결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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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해외에서 난리난 중국 간식이 있다. 미국 아마존에선 Latiao 혹은 Spicy Gluten이라는 이름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뭘 좀 아는 외국인 관광객이 중국을 방문할 때면 반드시 구입하는 바로 그 간식, 라탸오(辣条)다.

연 7700억씩 팔리는 매콤 쫀드기 탄생 이야기 #식품 안전 스캔들 휘말렸지만, 품질 검사팀 꾸려 극복

벌써 2대에 거쳐 중국 국민 간식으로 군림해 온 라탸오의 탄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길쭉한 모양(?)에 달콤하면서 매운 맛을 입힌 중국인의 국민 간식 라탸오. [사진 www.quanjing.com]

길쭉한 모양(?)에 달콤하면서 매운 맛을 입힌 중국인의 국민 간식 라탸오. [사진 www.quanjing.com]

라탸오의 아버지는 류웨이핑(刘卫平)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78년 후난(湖南)성 핑장(平江)현의 농촌 가정에서 태어났다. 농사 짓기 힘든 척박한 환경과 불편한 교통 때문에 이 지역에선 잘 상하지 않는 절인 음식을 자주 먹었다.

건두부(豆腐干)도 그 중 하나였다. 어린 시절 류웨이핑은 아버지와 함께 몇 십리나 되는 산길을 걸어 건두부를 팔러 나가기도 했다.

라탸오의 아버지 류웨이핑 웨이룽 회장. [사진 www.007lc.com]

라탸오의 아버지 류웨이핑 웨이룽 회장. [사진 www.007lc.com]

그리 풍족하진 않지만 평화로운 삶을 보내고 있던 와중 큰 난리가 났다. 1998년 그가 살던 후난성에 100년만의 최악의 홍수가 발생한 것. 이 때문에 절인 음식의 재료였던 대두 가격이 두 배 이상 폭등했다.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있었다.

한 식품회사 사장이 마을 주민들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시 그 제품을 대량으로 사들일 의향이 있음을 피력해왔다. 류웨이핑이 생계를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이 신제품을 만들어야 했던 것. 어떻게 보면 라탸오는 반강제적(?)으로 탄생한 셈이다.

원래 재료인 대두를 다른 것으로 바꿔야 하는 게 가장 까다로운 문제였다. 류웨이핑이 가장 먼저 생각해낸 재료는 밀가루였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류웨이핑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수 개월 동안 연구한 결과 부들부들한 유부 같은 익힌 음식을 만들어냈다. 글루텐인 몐진(面筋) 같은 음식이었다.

여기에 수많은 시식과 피드백 반영을 거쳐 매운맛과 단맛을 추가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라탸오다.

라탸오는 저렴한 가격, 단순한 제조법,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입맛을 저격하는 중독성 강한 맛으로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전국 각지 슈퍼마켓에 라탸오가 없는 곳이 없었다.

BBC에 소개된 라탸오. "라탸오는 중국에서 25세 이하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다." [사진 텐센트뉴스]

BBC에 소개된 라탸오. "라탸오는 중국에서 25세 이하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간식이다." [사진 텐센트뉴스]

이에 라탸오를 만드는 공장들이 전국 각지에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류웨이핑은 우선 밀가루의 원료가 되는 밀이 많이 나는 지역, 허난성에 주목했다. 허난성에서도 교통이 편리하고 노동력이 풍부한 뤄허(漯河)시를 라탸오 생산 공장으로 점 찍었다. 류웨이핑이 21세 때 일이었다.

고졸, 부족한 밑천, 인맥 제로인 그에게 있어 사업 확장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3년간 열심히 일해 공장을 지을 정도의 돈은 모은 상태였다.

마침내 2001년 류웨이핑은 허난성 뤄허시에 그의 이름을 딴 핑핑(平平)이라는 식품가공 공장을 세웠다. 작지만 강한 강소 기업으로 만드는 게 그의 꿈이었다.

웨이룽의 탄생과 위기

2003년은 성룡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던 때였다. 성룡 덕후 류웨이핑은 성룡의 이름(중국어 발음으론 '청룽'임)을 따서 라탸오 앞에 '웨이룽(卫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선진 생산 설비를 들여와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겠다는 심산이었다.

더불어 까르푸, 월마트, 편의점, 학교 근처, 농촌 구멍가게까지 모두 커버하며 웨이룽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힘입어 웨이룽의 매출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2005년 국영방송 CCTV가 라탸오에 디메틸 푸마레이트라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폭로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수 무단 방류, 더러운 생산 환경 등이 후속 보도됐다.

이런 비위생적인 라탸오 생산 과정이 전파를 탔다. 웨이룽을 저격한 건 아니었다. 라탸오 생산업체는 웨이룽 말고도 굉장히 많다. [사진 news.9ask.cn]

이런 비위생적인 라탸오 생산 과정이 전파를 탔다. 웨이룽을 저격한 건 아니었다. 라탸오 생산업체는 웨이룽 말고도 굉장히 많다. [사진 news.9ask.cn]

방송 이후 모든 라탸오 생산업체에 '악덕', '무양심'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심지어 웨이룽 라탸오가 콘돔으로 만들어졌다는 낭설이 돌기도 했다.

류웨이핑은 웨이룽, 더 나아가 라탸오 업계 전체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는 시장 문턱이 너무 낮아 이 회사 저 회사가 라탸오를 마구 만들고 있다는 것(2008년 기준 라탸오 생산업체는 2000여 곳에 달했다), 또 라탸오에 통일된 국가 표준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웨이룽 내에 제품 기술 표준, 품질 관리 체계를 수립하고 품질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과 전문 품질 검사팀을 꾸렸다. 이 덕분에 웨이룽은 식품 안전 스캔들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류웨이핑은 새 전략을 짜고 면, 콩, 곤약, 해산물, 육류 등 다양한 제품 라인을 구축했다. 다양한 입맛을 가진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뿐만 아니라 포장도 소량 포장, 알루미늄 포장 같은 다양한 포장법을 개발해 라탸오의 풍미와 신선도를 높이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끌어올렸다. 기계를 들여와 반자동화 생산 공정을 도입하기도 했다.

스타 마케팅, SNS 마케팅에도 역점을 뒀다. 2010년 조미(자오웨이), 2012년 양미에 이어 2014년에는 애플, 듀렉스 광고풍으로 SNS에서 라탸오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애플 분위기가 물씬 나는 라탸오 광고. [사진 news.mydrivers.com]

애플 분위기가 물씬 나는 라탸오 광고. [사진 news.mydrivers.com]

2015년에는 미국 아마존에 진출했다. 340g당 14달러(1만 6000원)로 싼 값은 아니었다.

이후 라탸오의 연간 매출액이 45억 위안(약 7736억 원)에 육박하게 됐다.

라탸오를 맛 보는 외국인. 유튜브 등에서 라탸오 먹방이 꽤 유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라탸오를 맛 보는 외국인. 유튜브 등에서 라탸오 먹방이 꽤 유행하고 있다. [사진 유튜브]

웨이룽은 미국 외에도 프랑스, 스페인에 진출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도 진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류웨이핑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향후 5년간 10억 위안(1724억 원)을 투자해 라탸오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특산물'로 포지셔닝할 계획이다.

차이나랩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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