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세계 1위 중국 전기차 시장의 진실

중앙일보

입력 2017.10.20 07:00

업데이트 2017.10.20 08:36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 [사진: 블룸버그]

중국 베이징 시내 한 전기차 충전소 [사진: 블룸버그]

지난해 세계 전기차 절반은 중국에서 팔렸다!

지난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이하 FT)가 보도한 내용이다. FT는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에서 50만7000대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가 팔렸고,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45%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내년엔 올해보다 60% 늘어난 80만 대가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4월 19일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된 BYD의 SUV 모델 [사진: 로이터]

지난 4월 19일 중국 상하이모터쇼에서 공개된 BYD의 SUV 모델 [사진: 로이터]

홍콩,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주가도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50% 이상 뛰어올랐다. 10년 전 비야디 지분 9.09%를 매입한 ‘투자 귀재’ 워런 버핏 회장도 다시금 주목받았다. 그만큼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곳이 중국이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45%는 中서 팔려
보조금·규제 등으로 정부가 통제하는 전기차 시장
中 정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까지 전면 중단시킬 태세
하지만 갈수록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 댈 보조금은 부담,
기술 자립도 아직 갈길 멀어, 외국 업체와 협력 필요

앞으로도 중국 전기차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까. 보조금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 기술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을 팩트체크해봤다.

자발적인 수요 덕분이다?
NO
정부가 수급을 조절하는 시장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엔 크게 3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중국 정부가 가진 통제력이다. 내연기관·신에너지 자동차 등 모든 종류 차량의 생산·판매 등을 정부가 관할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연기관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세먼지에 갇힌 베이징. 지난해 1월 중국 베이징에 기준치(PM2.5=25㎍/㎥)의 35배를 웃도는 초미세먼지가 불어닥쳐 건물 전광판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환경당국은 베이징 일대에 5일째 이어진 스모그로 미세먼지 주황색(2급) 경보를 발령하고 2100개 기업의 생산활동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사진 중앙포토]

미세먼지에 갇힌 베이징. 지난해 1월 중국 베이징에 기준치(PM2.5=25㎍/㎥)의 35배를 웃도는 초미세먼지가 불어닥쳐 건물 전광판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환경당국은 베이징 일대에 5일째 이어진 스모그로 미세먼지 주황색(2급) 경보를 발령하고 2100개 기업의 생산활동 중단을 지시한 바 있다. [사진 중앙포토]

신에너지 차량 개발을 촉진하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 중단 일정표를 마련 중이다!

신궈빈(辛國斌)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부장(차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FT도 “중국이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휘발유·경유차 판매 중단 추진 대열에 합류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204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 중단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스모그, 오·폐수 문제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핵심 카드로 ‘전기차 밀어주기’를 택한 셈이다.

베이징에서 내연기관 차량 번호판 취득자를 추첨하는 장면 [사진: 인민망]

베이징에서 내연기관 차량 번호판 취득자를 추첨하는 장면 [사진: 인민망]

‘번호판 복권’도 유명하다. 중국에서 차량을 운행하려면 차, 면허증보다 번호판이 더 중요하다. 야오하오(搖號)로 불리는 추첨을 통해 신규 번호판을 취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1년부터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자동차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에 쓸 번호판 발급을 줄이고 있다. 1982년 13만 대에 불과했던 베이징 자동차 대수는 지금 600만 대 수준으로 40배 넘게 늘었다. 베이징시 교통당국은 2020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630만 대로 제한한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한계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번호판 쟁탈전은 점입가경이다.

지난해 중국 주요 도시별 전기차 판매량. 내연기관 차량에 발급하는 번호판 수가 적은 도시일수록 전기차가 많이 팔렸다. 짙은 파란색으로 표기된 곳이 번호판 추첨을 실시하는 도시다. [자료: FT]

지난해 중국 주요 도시별 전기차 판매량. 내연기관 차량에 발급하는 번호판 수가 적은 도시일수록 전기차가 많이 팔렸다. 짙은 파란색으로 표기된 곳이 번호판 추첨을 실시하는 도시다. [자료: FT]

지난 3일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에 따르면 베이징에서 내연기관 차량에 할당된 번호판 1만4000개를 배정받기 위해 추첨에 뛰어든 이들이 1100만 명이나 됐다. 매달 추첨 경쟁률은 600~800대 1을 넘나든다. 비용도 8만 위안(약 1300만원)이나 드는 데다 보통 대기기간만 수개월이나 걸린다. 아예 자동차 구입을 포기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반면 전기차를 살 경우 번호판을 바로 취득할 수 있으며 거의 공짜다.

마지막으로 보조금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수년간 중국 내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에 막대한 보조금을 뿌렸다. FT는 대표적으로 베이징 정부를 예로 들었다. 이들이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으로 지출할 금액이 4000억 위안(약 68조6000억원)에 달한다. 우즈베키스탄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수준이다. 전기차 한 대당 10만 위안(약 1700만원) 정도를 지원하는 꼴이다.

보조금 지급, 문제없다?
NO
중앙·지방 정부에 큰 부담

보조금만 아니면 신에너지 차량은 내연기관 차량에 경쟁 상대가 안돼!
6월 중국 충칭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광저우자동차그룹(GAC그룹) 펭 싱야 부사장이 한 말이다. 신에너지 차량은 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연료전지 자동차 등이 포함한다. 중국 자동차업계도 전기차 시장을 키운 일등 공신이 ‘보조금’을 꼽는 것이다. 앞서 본대로 베이징 당국이 2020년까지 전기차 보조금으로 투입할 자금만 70조원에 이른다. 지방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될만한 규모다.

실제 올해 초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25% 삭감했다. 이보다 앞선 4월 전기차 판매를 적극 장려하는 독일도 전기차 보조금으로 12억 유로(약 1조5000억원)을 책정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중국 시장은 독일보다 몇 배 크다. 중국 정부가 나서서 보조급을 뿌리겠다면 기본적으로 몇 배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 전기차 시장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크고 있다. 중국 내에서조차 곧 보조금이 완전히 끊길 수 있겠다는 얘기가 도는 이유다.

기술 자립도 100%?
NO
배터리·모터·인버터 등 핵심기술 뒤져

중국 정부가 ‘합작사 원칙’을 깼다.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 미국 테슬라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합작사를 세우지 않으면 중국에서 판매해도 25% 수입관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외국 전기차 업체가 단독으로 중국에서 공장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처음으로 열린 것이다. 25일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자유무역지대에서 외국 업체가 독자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초안을 업계에 돌렸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GM 합작사인 SAIC-GM-울링이 공개한 600만원대 전기차 E100. [사진: SAIC]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과 GM 합작사인 SAIC-GM-울링이 공개한 600만원대 전기차 E100. [사진: SAIC]

시장을 개방한다는 취지였지만, 진짜 이유는 세계적인 전기차 업체를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외국업체가 합작사 세우기를 꺼렸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합작사를 통해 핵심 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테슬라도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임을 알지만, 중국 업체와 손잡는 데 난항을 겪었다. 제너럴모터스(GM) 또한 중국 시장에 고급 전기차 모델인 쉐보레 볼트를 제외한 5300달러(약 600만원)짜리 초저가·소형 전기차 ‘바오준 E100’ 모델만 출시했다.

중국 선전에 있는 BYD 연구단지에서 실험 중인 전기차 [사진: BYD]

중국 선전에 있는 BYD 연구단지에서 실험 중인 전기차 [사진: BYD]

전기차 핵심 구성품인 배터리 기술 개발도 더딘 편이다. 자동차 분석기관 예일 장 컨설턴트는 “반도체 분야와 달리 배터리 쪽에선 ‘*무어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는 한번 충전에 400㎞ 정도 달리길 원하지만, 실제 전기차는 절반 수준이 불과하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려면 배터리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가볍고 용량이 크면서도 안정적인 배터리를 개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FT도 배터리 이외에 전기 컨트롤러, 모터, 인버터 등 전기차 핵심 부품 기술에서 중국산이 외국 업체에 밀린다고 봤다.

*무어의 법칙: 인텔의 창립자 고든 무어가 제창한 ‘반도체의 정밀도는 18개월마다 2배씩 향상된다’는 이론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료: FT·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자료: FT·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

중국 전기차 시장은 분명 세계 1위였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로 재정 부담이 있더라도 막대한 보조금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FT, WSJ 등 다수 외신은 중국 전기차 분야가 ‘정부’ 입김이 너무 세다고 지적했다. 정책도 전기차 업계를 주무르기 위한 내용일 뿐 정작 소비자 기호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신기루’가 되지 않으려면 탄탄한 시장 수요는 필수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마디로 시장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 중 전기차 비중은 1.5%에도 미치지 못했다. 중국 소비자도 단순히 의무 생산할당량만 채울 싸구려 전기차보다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전기차를 원한다는 소리다.

차이나랩 김영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