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한국 대학들, 중국 유학생 없으면 망한다? 실태 알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중국 학생들, 우리 학교로 좀 오라고 해봐.대학들마다 입학처장은 아주...중국 학생들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왜 그런지 알아? 한국 학생 입학 숫자는 제한이 되어 있거나 줄어드는데,중국 학생들은 정원외 입학이라 많이 받아도 돼. 중국인 학생 없으면 학교 재정 빵구날지도 모르는 일이야.

많은 교수들이 필자에게 털어놓는 속사정이다. 사실 요즘 어느 대학 캠퍼스를 가봐도 중국의 '존재감'이 느껴지곤 한다.

심지어 일본 관련 강연에 가도 태반이 중국인 유학생들이다. 어느 강연을 가거나 상관없이 자리를 메운 이들은 대개 중국인. 특히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중국인들의 비중이 40%까지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20~30년 후엔 교수님의 퇴임연을 한국 제자가 아닌 중국 제자들이 열어줘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 대학들의 중국 유학생 의존도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중국어를 잘 하는 교수는 중국 학생들을 '케어'할 수 있기 때문에 '종신 고용'이 보장된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계까지 파고든 중국의 존재감을 차이나랩이 짚어봤다.

#1. 경남정보대는 입학정원 급감과 지속되는 구조조정 속에서 대학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밝혔다.

#2. 충북도가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을 통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얼어붙은 한·중관계 회복에 나선다. 충북도는 청주 예술의전당 일원에서 ‘한중친교(韓中親交)-14억 중국인과 함께하다’를 주제로 제7회 중국인 유학생 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2000여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참여한다.

#3. 동명대는 사드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중소기업의 대중 수출역량을 강화하고 무역사절단 파견을 통한 판로 확보 등을 위한 '2017 중국유학생 연계 중소기업 해외마케팅 지원사업' 발대식을 부산시,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 동아대, 부경대와 공동으로 갖는다.

#4. 광주시와 호남대 공자학원이 운영하는 광주시 중국과친해지기 지원센터는 광주·전남 중국 유학생회 회장단 교류간담회를 실시했다.

중국 유학생이라는 키워드로 찾아본 기사들의 일부다. 중국과의 접점을 찾고 중국 학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각 대학들은 부심하고 있다.

한국어 간판과 중국어 간판을 같이 단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 성균관대학교 앞 [사진 차이나랩]

한국어 간판과 중국어 간판을 같이 단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 성균관대학교 앞 [사진 차이나랩]

최근 차이나랩이 찾은 상명대학교의 경우는 외국인 학생 중에서 중국인 학생이 75%에 달했다. 중국 학생들의 비자 문제 해결을 위한 수속 센터를 따로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인 학생 케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200명 가량의 외국인 신입생이 들어오는데 이 중에서 중국인은 130여명에 달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생활편의를 돌보는 것 외에도 영어에 서툰 중국인 학생들을 고려해 중국어 클래스가 개설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한국 유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중국인 학생들이다. [사진 픽사베이]

한국 유학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건 중국인 학생들이다. [사진 픽사베이]

민귀식 한양대학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980년 한국에 온 외국인 유학생은 1015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에는 4015명으로 늘어났고 2016년에는 10만명까지 늘어났다. 유학을 오는 나라도 중국을 비롯해 172개국에 이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만 놓고 보자. 2003년 중국인 유학생 수는 8904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48.8%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중국인 유학생이 6만136명에 이르러 전체 유학생의 57.7%까지 올라왔다.

한중 유학생 교류현황. [사진 민귀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성균차이나 포커스 29호 <한중 유학생 교류현황과 과제>]

한중 유학생 교류현황. [사진 민귀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중국학과 교수, 성균차이나 포커스 29호 <한중 유학생 교류현황과 과제>]

한국 각 대학별로 보면 어학연수와 학위과정을 포함해 중국인 유학생 6만136명 중에서 1~10위를 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1. 경희대학교 3119명
2. 고려대학교 3117명
3. 건국대학교 2446명
4. 중앙대 서울캠퍼스 2369명
5. 동국대학교 2311명
6. 성균관대학교 2292명
7. 한양대학교 2107명
8. 연세대학교 1586명
9. 상명대학교 1557명
10. 국민대학교 1492명
(2016년 4월 1일 기준, 고등기관 대학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

정부에서는 지나친 중국인 유학생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2023년까지 중국인 비중을 50%로 가져가는 방안을 고심중이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현재 10만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이 20만명으로 늘어난다는 가정 하에 중국인 학생 비중을 50%로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학생들이 오지 않으면 이 목표는 실현불가능하다.

2023년까지 한국내 외국인 유학생 20만명, 중국인 비중은 50%

즉, 이 목표는 중국인 학생은 중국인 학생대로 숫자가 늘면서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까지 한국에 유학와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인적 교류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1992년 13만 명에 불과하던 한중 양국의 인적 교류는 2016년 806만 명을 기록했다. 유학생도 크게 증가해 2016년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6만136명, 중국 내 한국 유학생은 6만6672명에 달한다. 한국에 장기 체류 중인 중국인은 약 100만 명, 중국에 장기 체류 중인 한국인은 80만 명 정도다. 사진은 상명대에서 중국인 학생을 위해 따로 운영하고 있는 비자연장 센터의 안내 판. [사진 차이나랩]

중국인 유학생의 증가는 인적 교류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1992년 13만 명에 불과하던 한중 양국의 인적 교류는 2016년 806만 명을 기록했다. 유학생도 크게 증가해 2016년 한국 내 중국 유학생은 6만136명, 중국 내 한국 유학생은 6만6672명에 달한다. 한국에 장기 체류 중인 중국인은 약 100만 명, 중국에 장기 체류 중인 한국인은 80만 명 정도다. 사진은 상명대에서 중국인 학생을 위해 따로 운영하고 있는 비자연장 센터의 안내 판. [사진 차이나랩]

대학들이 이렇게 중국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인 학생 유치가 대학 재정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인 학생들을 받을 수 있는 정원은 제한적이지만 중국인은 정원 외 인원이 많아 등록금 수입의 '플러스 알파'가 된다.

그러다보니 부족한 교육재정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국내 학생들에 비해 2~5배 가량 올리는 일도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이 대부분인 정원 외 인원은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대학 등록금 인상률 상한을 1.5%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 규정이 정원 외 학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외국인 학생이 대부분인 정원 외 학생의 등록금의 인상률은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 이상 높았다. (서울경제 보도)

하연섭, 이주헌, 신가희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유학생 유치의 경제효과는 상당하다. 2014년 한국이 외국인 유학생으로 인해 벌어들인 총수입은 약 7961억원으로 상정됐다. 유학생들이 한국에 머물면서 먹고 자고 입는데 1조원 가깝게 쓴다는 뜻이다.
(대학정보 사이트 대학알리미가 4년제 일반대학 187개교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일반 사립대학들의 교내 장학금이 1조7906억원에 이르렀음을 감안해보면 상당한 금액이다) 같은 연구에서 유학생 1인당 등록금은 어학연수생 1명을 유치했을 때 대학이 얻는 등록금 수입은 대학원생의 약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일본은 이미 2008년 유학생 30만명 계획 수립, 유학생=미래 예비 이민자로 간주
중국 유학생=재정확보로만 보는 시각의 전환 필요

그러나 중국 학생 숫자를 늘리는 것이 국내 학생 감소를 전부 해결해줄 황금열쇠는 아니다. 무분별한 유치는 오히려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민귀식 교수는 "유학생들 사이에서 반한정서가 확산되고 유학생을 가장한 위장취업자가 양산되는 등 사회문제가 증폭되면서 정부에서도 질적 수준 제고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유학정책이 가장 뒤떨어진 부분은 유학생에게 취업기회를 주려는 제도가 약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경우는 외국인 노동자 중에서 대졸자 비율이 25%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일본은 2008년에 이미 유학생 30만명 계획을 수립하고 유학생의 일본 내 취업을 확대하는데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인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공부와 생활 외에도 잡 헌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홈페이지의 특징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 버전으로 제공된다. [사진 히로시마 유학생 서포트 센터 홈페이지]

공부와 생활 외에도 잡 헌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홈페이지의 특징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베트남어 버전으로 제공된다. [사진 히로시마 유학생 서포트 센터 홈페이지]

히로시마 유학생 기금이나 후쿠오카 현의 유학생 지원센터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우수한 유학생이 나오게 지원한다. 취업 비자를 발급할 때는 월 18만엔 (약 200만원)이상을 수령하는 계약서를 제출토록 하여 유학생을 저임금에 혹사시키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런 조치는 외국인 노동자 보호와 함께 우수한 유학생을 일본에 머물게 하려는 이중의 목적이다.(한국 유학정책과 유학경쟁력 평가 중에서)

반면 한국의 경우는 한국서 취업을 희망하는 유학생 중에 100명 중 5명 꼴로 취업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유학생에게 가능한 복지와 취업에서 배제된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에 반감을 갖는 일이 되풀이된다는 게 민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유학생을 이민 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유학생을 잠재적 국민으로 대할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런 인식의 합의가 없어 유학생을 단지 재정확보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다"면서 "유학정책을 강화하려면 유학생을 이민 정책의 하나로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 역시 유학생 유치에 열 올려
한국이 중국 편중 심한 반면 중국은 고른 분포

중국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은 어떨까. 중국은 이미 유학생 40만명 유치를 달성했고 2020년까지는 5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한국, 미국, 태국, 인도, 러시아 등 다양한 곳에서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중국에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는 한국이지만 이 비중은 16.8%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 57% 이상이 중국 학생인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광둥성 웨시우 지역에 형성된 아프리카 타운에서 한 아프리칸 여성이 중국인 상인에게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광둥성 웨시우 지역에 형성된 아프리카 타운에서 한 아프리칸 여성이 중국인 상인에게 물건을 사고 있다. [사진 이매진 차이나]

특히 아프리카 출신 중국 유학생이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CNN 보도에 따르면 아프리카 출신 중국 유학생은 15년 새 26배 증가했다. 2003년 2000명 미만이었던 아프리카 유학생 수가 2015년 5만 명으로 증가해 무려 26배 증가했다. 현재 아프리카 유학생이 가장 많은 국가는 프랑스(9만5000명)이며 중국은 2위다.

이같은 아프리카 학생 유치의 결실은 중국 정부가 2000년부터 시행해온 장학금 지급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은 2018년까지 3만 명의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아프리카 학생들에게 주요 유학지로서 입지를 다진 상태다.
아프리카 대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어가 유창한 학생에게는 특별 장학금과 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등 유치 전략을 펼친 이유는 중국 기업들의 아프리카 진출과도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도로를 건설하거나 축구 경기장, 병원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광범위하게 투자를 늘려 왔다.

차이나랩 서유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