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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중국은 무책임하며 국제법과 규범 훼손" 비판

중앙일보

입력

CSIS에서 발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CSIS에서 발언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다른 국가의 주권을 보호한다는 틀에서 움직이는 인도와는 달리 중국은 매우 책임감이 부족하며 때때로 국제법과 규범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다음 세기 인도와의 관계 정립' 세미나에서다.

시진핑 2기의 개막에 맞춰 이 같은 견제구를 날린 데에는 다음 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중국의 추가 대북 제재 등을 견인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제휴 확대를 강조하면서 중국에 각을 세웠다.
인도와 중국 모두 국제적 규범에 기초한 질서로부터 혜택을 받아왔다고 전제한 데 이어 인도는 국제적 규칙과 규범을 잘 준수했다고 추켜세웠다. 반면 중국은 주권을 보호하는 틀 내에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때때로 이를 약화시켜 왔다고 지적했다.

틸러슨은 특히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를 둘러싼 중국과 베트남의 영유권 분쟁 등을 거론하며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도발적 행동은 미국과 인도 양국이 지지하는 국제법과 규범에 직접적으로 도전한다"고 비판했다.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콕 집어 거론한 거라 외신들은 의외의 발언이라 해석했다.

게다가 이 발언은 해당 지역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인식과 충돌한다. 미국은 파라셀 군도가 국제법상 공해에 해당한다며 중국의 해상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채피가 중국의 과도한 해상 영유권 주장에 맞서 인근 해역을 항행하기도 했다.

틸러슨은 또 중국의 경제·금융 활동이 역내 개발도상국들에게 거대한 빚을 떠안기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특히 "미국은 중국과 건설적 관계를 추구한다"면서도 "중국이 이웃나라의 주권을 침해하고 미국과 동맹국에 불이익을 가한다면 중국의 도전에 움츠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신들은 틸러슨의 이같은 발언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입장에선 도발로 간주될 수 있다고 봤다. 틸러슨의 연설 이후 기자들이 국무부 고위 관료에게 중국에 대한 경고가 의도된 것인지 묻자 "많은 청중을 위해 고안된 연설"이라며 웃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연설에 언급된 건 분명하지만, 핵심은 인도와 미국의 전략적 관계에 대한 것"이라면서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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