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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공대 저격수 금은경, CSI 지문박사 김희숙 … 난 경찰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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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여성 경찰관 1만 명 시대 <하> 조직의 꽃 아닙니다

금은경(29) 경장은 광주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대장 포함 35명)의 유일한 여성 경찰관이다. 대테러 활동부터 각종 강력사건 피의자 제압, 폭발물 제거 등 경찰 내에서도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특공대에서 남자 동료들 못지않게 일한다. 현재 저격수를 맡고 있다. 2014년 12월 임용된 뒤 지구대 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2월 특공대에 왔다. 처음엔 체력 문제로 임무 수행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던 동료들의 시선은 지금 모두 사라졌다.

광주청 특공대 홍일점 금 경장 #사격·레펠 … 남성 동료와 같은 훈련 #쉬는 날도 축구·사이클로 몸 단련 #경기남부청 CSI팀장 김 경감 #유영철 사건 훼손 시신서 지문 채취 #15년간 해결 못한 강력사건 5건뿐

금 경장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지는 공동 훈련을 남성 동료들과 똑같이 받는다. 사격·레펠 훈련, 적 소탕 작전 등이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체력 단련을 한다. 태권도 3단, 합기도 3단의 유단자인 금 경장은 달리기나 근력운동을 하며 체력을 유지한다. 채용 당시 실기 평가에서 100m를 14초02(만점 14초50)에 뛰고 윗몸일으키기를 1분에 60개(만점 55개)나 했을 정도로 체력이 뛰어나다. 쉬는 날에는 축구와 사이클로 더욱 몸을 단련한다. 금 경장은 “여성 경찰관들의 활동 분야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기본 체력 관리는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광주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의 유일한 여성 경찰관으로 저격수인 금은경 경장이 훈련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지방경찰청 경찰특공대의 유일한 여성 경찰관으로 저격수인 금은경 경장이 훈련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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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경찰관의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면서 제한적이었던 활동 직무 분야도 확대됐다. 여성 경찰관은 남성 경찰관이 다소 미흡한 특유의 세심함과 따뜻함으로 다양한 직무에서 활동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1만2777명(2017년 9월 현재)의 여성 경찰관은 모든 경찰 직무에 배치돼 있다. 지구대나 파출소 등 지역 경찰이 4287명(33.5%)으로 가장 많다. 순찰차를 타고 현장으로 출동하는 여성 경찰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전통적으로 남성 경찰관의 역할로 비쳤던 수사 분야에서도 2337명(18.2%)이 활약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안·외사(578명), 감사(415명), 정보(215명) 등 직무에도 골고루 여성 경찰관이 배치된 상태다. 여성 경찰관이 배치되지 않은 직무가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국내 여성 경찰 과학수사요원 1호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 10팀장 김희숙 경감이 지문을 살펴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국내 여성 경찰 과학수사요원 1호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 10팀장 김희숙 경감이 지문을 살펴보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10팀장인 김희숙(55) 경감의 별명은 ‘지문의 달인’ ‘지문박사’다. 지문이 훼손됐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기필코 신원을 확인해서다. 2004년 연쇄살인범 유영철 사건 때도 훼손된 시신을 붙잡고 훼손된 지문을 채취했다. 김 팀장은 “DNA 검사로 신원을 확인하려면 2004년엔 15일 정도 걸렸다. 그래서 비교적 신원 확인이 빠른 지문 채취를 시도했다”며 “나중에 세어 보니 161차례나 지문을 채취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 팀장은 지문을 채취하느라 쪽잠으로 며칠을 버티다가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지난 15년간 각종 범죄 현장을 누빈 김 팀장이 강력사건 중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단 5건이다. 초기에 김 팀장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은근히 무시했던 동료들은 생각을 바꿨다.

여성 경찰관과 남성 경찰관의 활동 분야에 차이가 사라지면서 여성 경찰관 스스로도 조직 내에서 배려의 대상이 아닌 동료로서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경의 날(7월 1일)’ 폐지론이다.

2007년, 2017년 여성 경찰관 수 변화

2007년, 2017년 여성 경찰관 수 변화

상당수 여성 경찰관들은 ‘여경의 날’의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다. 1946년 여성 경찰관 창설 당시 79명으로 조직 내 극소수였던 여성 경찰관을 배려하기 위해 만든 기념일이지만 여성 경찰관의 수가 전체의 10% 이상으로 늘고 여성 경찰관의 위상도 달라진 만큼 불필요한 기념일이라는 것이다. 남자 동료들의 “여경의 날은 남성 경찰관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생각에 공감하는 여성 경찰관들도 적지 않다. 여성 경찰관과 남성 경찰관을 구분짓지 않고 협력·경쟁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김영옥(53·여·경정) 생활안전계장은 “과거 여성 경찰관의 수가 극히 적을 때 여성 경찰관이 노골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당시에는 여경의 날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이 됐다”며 “여성 경찰관의 수가 크게 늘고 조직에서도 자리 잡은 현재와는 맞지 않는 기념일”이라고 말했다.

여성 경찰관의 수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군·경찰 분야의 여성 비율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일홍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범죄 용의자 제압 등 위험한 직무만 수행하는 것으로 보는 데서 여성 경찰관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오해가 생겨난다”며 “국민 절반인 여성이 경찰이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의 대상자인 만큼 여성 경찰관을 꾸준히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최모란·이은지·김호·백경서 기자 kimho@joongang.co.kr

여성 경찰관 1만명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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