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막말 논란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결국 중도 하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8일 퇴임식을 하고 회사를 떠났다. [사진 한국석유공사]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8일 퇴임식을 하고 회사를 떠났다. [사진 한국석유공사]

김정래(63)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임기 만료를 15개월 남겨두고 결국 중도 하차했다. 김 사장은 지난 10일 한국석유공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사표를 냈고, 18일 오전 처·실장 등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퇴임식을 했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9년 2월 1일까지다.

임기 15개월 남기고 18일 퇴임식 뒤 물러나 #지난 9월 감사원 보고서에서 비위 행위 적발 #조사 결과에 반발했지만 10일 사표 제출 #부당노동행위·막말 등으로 직원들과 갈등 #노조 “신임 사장 임명 투명하게 이뤄져야”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연합뉴스]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연합뉴스]

한국석유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날 오전 각 부서를 한 바퀴 돌며 직원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한 뒤 퇴임식을 하고 회사를 떠났다. 김 사장은 지난해 11월부터 노조와 대립해왔지만 이날 노조와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김 사장은 감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 등 조직 인력 운영 실태 보고서’에서 지난해 2월 취임 직후 고교·대학 후배 김모씨와 전 직장에서 함께 근무한 김모씨를 빨리 채용하라고 지시해 담당 처장이 공고나 면접 없이 부정한 방식으로 채용하게끔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사장의 비위 행위는 공기업 기관장으로서 준수해야 할 성실 경영 의무를 위반했다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에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김 사장은 지난 6월 노동조합 게시판 무단 폐쇄, 노조 위원장 등의 사내 이메일 발송 권한 박탈 등 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인정한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8월 한국석유공사 노조가 김정래 사장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석유공사 노동조합]

지난 8월 한국석유공사 노조가 김정래 사장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한국석유공사 노동조합]

또 ‘멍멍이 소리하네’, ‘머리가 주인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 같은 막말과 ‘노조가 파업해서 빨리 회사가 망하는 게 낫다’ 같은 발언으로 직원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그는 9월 감사원 조사가 부당하다며 개인 SNS 계정에 “마치 석유공사 사장이 큰 비리를 저지른 파렴치한 같이 만들어 놓고 사임을 요구하면 나의 생각에 반하여 절차에 따라 해임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는 등 정부에 반발했지만 지난 10일 사표를 냈다.

울산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 전경. [뉴시스]

울산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 전경. [뉴시스]

김 사장은 퇴임사에서 “정부 교체에 따라 예정된 일이었기는 하나 공사 내부의 분쟁으로 인해 사임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임직원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스럽다”며 “제 재임기간 중 혹시 저로 인해 상처를 입으신 임직원이 계시다면 취임 후 공사가 처한 위중한 사정과 이에 대처하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해 마음의 여유가 없어 빚어진 일이라는 저의 변명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공사는 최악의 시기를 지나 암울한 터널의 끝 부분에 위치한 것 같지만 아직 밝은 햇볕을 쪼이고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는 임직원 여러분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가가 현 수준보다 상승할 경우 공사의 정상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과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과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이야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한 석유공사 직원은 “다음 사장은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자원개발에 집중하는,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장은 나갔지만 사장의 부정 채용을 도운 인재담당 처장 등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이 부정 채용에 관계된 담당자에게 경징계(견책) 이상의 징계를 하라고 했지만 김 사장은 담당 처장에게 견책보다 낮은 경고 징계를 내렸다. 부정 채용된 김모 본부장은 사직했으며 김모 고문은 11월 중순까지 근무한다.

노조는 노동조합 속보에서 “지난 1년은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직원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는 억압과 통제로 묵살되고 조직 내 상하 간 불신과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신임 사장 임명의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며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자가 사장으로 임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래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전무, 현대중공업 부사장, 현대종합상사 사장, 현대중공업 사장 등을 거친 ‘현대맨’ 출신이다. 석유공사는 신임 사장이 취임할 때까지 이재웅 기획예산본부장 대행체제를 유지한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